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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택 칼럼-제민일보 10

相民 윤봉택 2022. 8. 29. 07:04

2022. 08. 29(월)

 

무오법정사항일운동

 

제민일보 [열린광장] 대통령님께 청합니다 < 사외 칼럼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제민일보 (jemin.com)

 

 

열린광장] 대통령님께 청합니다

  •  입력 2022.08.28 18:23

윤봉택시인 ㈔탐라문화유산보존회 이사장

윤석열 대통령님.

무오년에는 10·7 제주 법정사항일운동이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4년 전 무오 1918년 10월 7일 새벽,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도순동 산1번지에 소재한 법정사라는 작은 초가 법당에서는 당시 법정사 주지 김연일 스님이 중심이 돼 불자를 비롯한 선도 교인과 지역주민 700여 명이 목숨을 걸고 무장 봉기해 일본의 억압에서 나라를 구하고자 항일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이러한 항일운동이 1919년 3·1운동보다 5개월 앞서 일어나면서 기미 독립 만세 운동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700명 중에 66명이 체포돼 조사받았고 44명은 기소됐으나 나머지 18명은 불기소 처분됩니다. 이 18명은 운동에 참여했던 700인 중에 신분이 확인된 유일한 분들입니다.

 

먼저 수감된 가담자의 증언으로 2차 3차 소환됐다가 가혹한 고문으로 불구가 되거나 평생 사람 구실 못하며 살다가 억울하게 돌아가신 18명의 불기소 처분된 참여자에 대해서는, '대정 7년(1918)형사기록부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청 검사분국' 자료가 있음에도 불기소 처분됐다는 이유로 지금껏 보훈처에서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앞으로 또다시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면 어느 국민이 목숨 바쳐 이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하겠습니까. 기록은 살아 있는 국가의 몫이 아니겠습니까. 백성은 독립운동을 했는데 나라가 없었기에 기록하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근대사에서는 제주의 4·3과 광주 민주화를 비롯해 많은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그 운동에 참여했던 수많은 사람은 한분 한분 기록이 없어도 사진이라든가 함께 했다는 가담자의 증언만으로도 국가 유공자로 인정되고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헌데 104년 전 당시 항일운동 사건으로 체포돼 조사받은 불기소 18명에 대해서 이 나라가 응당한 대우를 기피한다는 것은 직무 유기가 아닌가 합니다.정부가 당사자 가족에게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할 게 아니라 국가가 없었던 시절에 나라를 찾고자 이름 없는 민초들이 봉기한 항일운동을 이 나라가 먼저 인정하지 않으면 누가 있어 인정하겠습니까.

이에 대해 서울대학교 정긍식 교수가 발표한 법사학연구 제32호, 「법정사항일운동(法井寺 抗日運動)에 대한 법적 고찰(法的 考察)」에 보면 "1918년 10월 제주도에서는 일본인을 축출하고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법정사에서 김연일을 중심으로 항일운동을 전개했지만 실패했다. 법정사 항일운동에 대해 조선총독부는 대한제국법인 보안법과 일본 형법의 '소요죄'를 적용해 처벌했다. 주모자인 김연일에게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에 처하는 등 엄격히 처벌했고 재판도 신속히 진행했다. 이는 항쟁 주도층과 제주도민을 격리시키려는 일본의 의도였다. 일본의 대대적인 탄압에도 불구하고 김연일 등 주동자는 즉시 체포되지 않은 채 상당 기간 동안 제주도에 은신할 수 있었다. 법정사항일운동이 특정 종교 집단만의 운동이 아닌 제주 주민 전체의 지지를 받았음을 반증한다"고 했습니다.

 

간절히 청하옵나니,

당시 항일운동에 참여했으나, 불기소 처분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진 고문의 혹독함만을 안은 채 지금까지도 원혼이 돼 이 지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무오년 10·7 제주 법정사항일 18인 항일 영령들을 위해 국가가 먼저 이에 합당한 명예를 회복시켜주시옵소서.

 윤봉택 webmaster@j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