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치황제 출가시
2008. 04. 06.
순치황제 출가시(順治皇帝 出家詩)
순치황제(1643~1661)는 청나라 3대황제인 세조입니다.
어린나이 6세에 황제에 등극하여 18년동안 재위하였고,
23세가 되던 해에 황제 직위를 버리고 홀연히 입산하였습니다.
이 시는 순치황제가 황제 직위를 버리고 산서성 오대산으로
입산하면서 쓴 시입니다.
순치제는 24세에 사망한 것으로 되있습니다만,
정확하게 그가 언제 돌아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순치황제 출가시는 모두 10구절로 되어 있으며,
스님들이 애송하는 시이기도 합니다.
天下叢林飯似山(천하총림반사산)
곳곳이 총림이요, 쌓인 것은 밥이어니
鉢盂到處任君餐(발우도처임군찬)
대장부 어데 간들 밥 세그릇 걱정하리!
黃金白璧非爲貴(황금백벽비위귀)
황금과 백옥만이 귀한 줄을 아지 마소.
惟有袈裟被最難(유유가사피최난)
가사옷 얻어 입기 무엇보다 어렵다오.
朕乃山河大地主(짐내산하대지주)
이내 몸은 중원천하 주인이 되었지만
憂國憂民事轉煩(우국우민사전번)
나라 백성 걱정 근심은 더욱 더 번거롭네.
百年三萬六千日(백년삼만육천일)
인간의 백년살이 삼만육천 날이건만
不及僧家半日閑(불급승가반일한)
풍진 떠난 명산대찰 한나절에 비할것인가!
悔恨當初一念差(회한당초일념차)
처음에 부질없는 한 순간 잘못으로
黃袍換却紫袈裟(황포환각자가사)
가사 장삼 외면하여 곤룡포를 둘렀다네.
我本西方一衲子(아본서방일납자)
돌아보면 내 또한 부처님의 제자였는데
緣何流落帝王家(연하류락제왕가)
무엇을 반연하여 왕가에 태어 낳을까?
未生之前誰是我(미생지전수시아)
이 몸이 나기 전에 그 무엇이 내 몸이며,
我生之後我爲誰(아생지후아위수)
세상에 태어난 뒤 내가 과연 뉘이런가
長大成人纔是我(장대성인재시아)
자라나 사람 노릇 잠깐 동안 나라더니
合眼朦朧又是誰(합안몽롱우시수)
눈 한번 감은 뒤에 내가 또한 뉘이런가?
百年世事三更夢(백년세사삼경몽)
백년의 세상일은 하룻밤의 꿈속이요
萬里江山一局碁(만리강산일국기)
천하의 강산은 한판의 바둑이라.
禹疏九州湯伐桀(우소구주탕벌걸)
우씨가 구주 긋고 탕 임금은 걸을 치며
秦呑六國漢登基(진탄육국한등기)
진황 육국먹자, 한태조가 새 터 닦네.
兒孫自有兒孫福(아손자유아손복)
자손들은 제 스스로 제 복을 타고 났으니
不爲兒孫作馬牛(불위아손작마우)
저들을 위한다고 말 소 노릇 그만하소.
古來多少英雄漢(고래다소영웅한)
천년의 역사 위에 많고 많은 영웅들도
南北東西臥土泥(남북동서와토니)
푸른 산 저문 날엔 한줌 흙이 되는 것을
來時歡喜去時悲(내시환희거시비)
올 때는 기쁘다고 떠나 갈 땐 슬프다고
空在人間走一回(공재인간주일회)
속없이 인간에 와 한바퀴를 도는가.
不如不來亦不去(불여불래역불거)
애당초 오지 않았으면 갈 일조차 없는 것을
也無歡喜也無悲(야무환희야무비)
기쁨이 없었는데 슬픔 또한 있겠는가.
每日淸閑自家知(매일청한자가지)
나날이 한가로움 내 스스로 알고 보니
紅塵世界苦相離(흥진세계고상리)
이 풍진 세상 속에 온갖 고통 여의는 것
口中吃的淸和味(구중흘적청화미)
입으로 맛들임은 시원한 선열미(禪悅味)요
身上願被白衲衣(신상원피백납의)
몸 위에 입는 것은 누더기 한 벌 원이로다.
五湖四海爲上客(오호사해위상객)
오호와 사해의 자유로운 손님 되어
逍遙佛殿任君棲(소요불전임군서)
부처님 도량에서 마음대로 노닐라네.
莫道出家容易得(막도출가용이득)
세속을 떠나는 일, 하기 쉽다 말을 마소.
昔年累代重根基(석년루대중근기)
전생에 쌓은 인연 없으면 할 수조차 없는 것을.
十八年來不自由(십팔년래부자유)
18년 재임 동안 자유라곤 없었노라
山河大戰幾時休(산하대전기시휴)
저 강산을 뺏으려고 몇 번이나 싸웠더냐?
我今撤手歸山去(아금철수귀산거)
내 이제 모든 것 떨고 산 속으로 돌아가니
那管千愁與萬愁(나관천수여만수)
일만의 근심 걱정, 내 아랑곳할 것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