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덕 4

끝나지 않은 이야기 - 다시 중덕에서

2015. 8. 25. 끝나지 않은 이야기 · 15 - 다시 중덕*에서 윤 봉 택 바다가 있어도 배 한척 맬 수 없고, 바람이 불어와도 돛을 올릴 수 없는 일강정 중덕 물터진개* 멀리서 바라보면 내 어머님 주름결 닮은 머흐러진 삶의 편린 빗나간 운명선이 보이지 않아도 구럼비* 언덕에 삶의 자락을 내려놓으신 내 칭원한 사람들, 이젠, 해풍조차 머물 수 없는 큰구럼비 도꼬마리*는 물알들의 바람이었을까. 이승에 남겨진 게 마지막 혼돌랭이 물매기*라 하여도 우리 잡은 손 놓아 돌아눕지는 말자. 범섬을 바라보면 물마루 마다 다가서는 아픈 기억들, 겹겹이 나려 돌담 닿듯 쌓여 온 이 시대의 서러운 이웃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바당이 될 수 없는, 거친 물살 할망물*을 떠 올리며 지전 날리던 그날, 바다로 먼저 간 그 ..

구럼비

2015. 8. 27. 끝나지 않은 이야기 · 16 - 구럼비 도꼬마리* 시방도 구럼비동산*에 가면 나 설운 어멍* 물매기*가는 잔영이 보인다. 서귀포시 강정동 2742번지 개구럼비, 큰구럼비, 조근구럼비 답케*를 가르는 도꼬마리 물코*에 정갱이 걷어 부치고 물코판이*에 서서 논두렁 다지시던 낡은 골갱이* 조록,* 춘삼월 개구리 울음 따라 물매기하며 가름에 앉아 답회를 하던 그날 그대로인데, 2015년 8월 11일* 현장엔 포크레인 한방으로 찍어 날린 흔적 뿐 나 설운 어멍의 손깃 묻은 구럼비 도꼬마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도꼬마리 없는 구럼비는 구럼비가 아니다. 도꼬마리 없는 일강정은 일강정이 아니다. 모른다고만 한다. 보지 못했다고만 한다. 알지 못했다고만 한다. 듣지 못했다고만 한다. 전한바가..

끝나지 않은 이야기 윤봉택 시집

2021. 06. 07. 20여년 만에야 세번 째 시집 를 상재합니다. 저르진 것도 어서 나신디 등단하고 서른 해를 넘기며, 지금 사 세 번째 시집을 올린다. 여기에 실린 시들은 2000년 제2시집 이후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 가운데 일부로서 ‘강정해군기지’ 관련 시를 포함시켰다. 사실은 2005년 제3시집을 상재하려 했으나, 그 기회를 넘겨 버렸고, 2006년 서귀포시가 자치시에서 행정시로 강등되면서, 김태환 도정은 기다렸다는 듯이 특별자치도지사 권한으로 2007년부터 강정마을 ‘중덕’ 해안과 ‘구럼비’ 옥답에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총력을 다했다. 나는 유년 시절부터 어머님을 따라 ‘큰구럼비’에 있는 논에 나록·보리 농사·논골 물매기 등을 하러 숱하게 ‘구럼비동산’을 넘어 다녔다. 제주도 내에서는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