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1. 07.
티베트에서의 만남
세상 어느 곳인들
사람 살지 못하는 곳이 있으랴만,
티벳은 하늘과 가장 가까운 이웃들이
살아가는 아름다운 영혼의 공동체였습니다.
11월 3일 칭장열차 마흔 다섯 시간을 타고
닿은 나라, 티베트의 라싸
그 라싸에 사흘 동안 머물며
옷깃인 듯 스처간 인연의 그림자입니다.
하나 비워 계향,
둘 비워 정혜향을,
셋을 넘겨 해탈향을 사뤄 나투시는
여여如如함이여.
오늘 그대 만난
그리움을 어느 강물에 띄워야
먼 기억의 섬 기슭에 닿을 수가 있을까.
마니륜을 돌리며
경통에 기대어
수미산을 넘는 내 미쁜 사람들
알알이 스미는
백팔 번뇌의 사연도
오늘은 바람이라 하는 걸
야크가 남기고 간 흔적을
다시 태우며
마음에 불을 지피는 티벳의 시간은
지금 몇 시를 가르키고 있는지
오체투지로 라사를 그리워하는
저 여인은
삶 전에는 분명 나의 누이였으리.
하여도, 어찌하랴, 고삿길 닮은 저 스잔함을
나의 어머님 닮은 손 깃 열어
이역 나그네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주신
티벳의 미소여.
주름진 질곡마다
나려 쌓이는 하이얀 그리움을
어찌하리. 어찌할까나
어머님의 순례길 따라
먼 길로 다가 선 모자의 그리움
내 누이 닮은
저 아름다운 강물에
물보라를 날리는 1959의 붉은 무리는 누구였던가...
티벳의 아들아
이젠 더 이상 외로워하지 말아다오.
티벳은 어머님의 나라가 아니시던가,
어머님이
그 어머니에 어머님이 계심을
우리는 알고 있나니
지순하여라
저 모정의 숭고함이여
이 세상의 언어로는
더 이상 표현할 수가 없는
마음의 자취마저 길을 잃는 곳
이 보시게나
우리가 바라는 것은 국민소득 향상이 아니라네
총칼을 들어야만 지켜지는 그런 나라는 더 더욱 아니라네
마음에는 흐르는 라샤강의 물결처럼
흐르고 흘러
야크의 길을 따라 설원의 순백으로 돌아 순례하는 것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면
내면으로부터의 번뇌를 다 소진하지 못한 것,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가 하나임을 다 알게 하지 못한 것일 뿐
나는 다시 돌아가고 싶다오
양 떼의 그림자가 취나호에 물드는
그 곳으로
집이 없어도 좋으리
두고 온 것이 없으니
갖고 갈 것 조차 없는
내 그리운 사람과
영산, 카일라스만 있으면
그만인 것을
내 아이들과 야크을 따르며
푸른 초원과 하이얀 설원에 닿을 수 있는, 그리고
저 포탈라궁전에는 언제나
쿤둔, 달라이 라마의 영혼이 있어
티벳의 아침을 열어 주시는
그 길을 따라 순례하는 것 뿐이라던
내 어머님 닮은 순박한 눈빛에서
우리가 기억할 수 있는 그리움은 무엇이었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