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바람, 섬 풍경

송악산에서 강정마을

相民 윤봉택 2024. 5. 7. 16:46

2006. 8. 13.

 

오늘은 참 날씨가 쾌청했습니다.

 

아들 칭구들이 잠시 탐라섬으로 나들이와서

몇일 동안

분주했었습니다.

 

오늘 아들  칭구들이

섬을 떠나 갔습니다.

 

가까운 곳

공항가는 길까지만 바래다 주고

 

저는

송악산 곁에 있는

 

사계바당 화석발자국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곳에 가면

 

알드르 비행장 주변에서

 

이 무더운 정오 햇볕을 등에 지고

김을 매는

 

나 설운

어머님을 만나 볼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살아가면서

어렵거나 힘이 들 때면

오늘처럼

논밭에 나가 농부님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농부님들에게

나의 얘기를 하지 않아도

그 분들의 삶의 여정과 질곡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나의 이야기는

허공이 되고

바람이 되어

한라산정을 넘는 구름처럼

가벼워짐을 느낌니다.

 

하여 그곳에 가서

그 분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땀방울 스민 자욱마다

알알이

영글어 가는

여물을 바라보면서

 

지극함과

청순함이 살아 있는

 

뜨거운 여름 속에

서 있는

우리 어머님을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마을

해변 강정에서

 

잠시 절따라 밀려오는

마파람으로

 

무더위를 달랠 수가 있었습니다.

 

 

10948

 

 

더 멀리로 보면

마라도와 가파도가

 

더 가까이로 보면

송악산이

 

그리고

더 가까이로는

 

사계바당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뭍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한

 

형제의 그리움이

 

돌이 되어

 

탐라바다를 지키고 있나 봅니다.

 

 

지금까지는

 

마파람도 없는데,

 

 

만조에서 간조로 이어지는

간만대입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밀물이 다하고

 

다시

 

썰물이 시작될 것입니다.

 

 

 

보름날

둥그데당실 타령조로

 

둥실둥실

달  떠오를 때

 

이곳에서

산방산을 기점으로

멀리 범섬을 바라보면

 

일순

바다는

은파가 되어

 

구비 구비

바다의 교향곡을

 

울립니다.

 

저는

가끔

그 절소리를 들으려

 

이곳에 갑니다.

 

 

 

저가 11대째 몸 담아온

강정바당입니다.

 

우리 아버지가 그러하셨고

 

우리 어머님의 어머님께서

그러하셨던

 

삶의 질곡

 

그 강정해변입니다.

 

바라보면

 

멀리로

 

산방산이 보이고

 

그 가장 자리로

 

오늘 지나온 송악산자락이 보입니다.

 

오후 들면서 바람이

 

다시

일어서고 있습니다.

 

 

 

멀리 이어진

 

농로길 따라

 

유년의 시간이

멈춰있습니다.

 

 

이곳에서

 

오분재기도 따고

 

해삼도 잡고

 

고기도 낚고

 

그랬던

 

한시절

 

그 해변입니다.

 

겨울저녁 이곳에 서면

 

낙조의 엄숙함이

 

다할 줄을 모릅니다.

 

 

 

 

 

알드르 비행장 건너에서

 

지난 3호 태풍에 폐농된 밭을 갈아 뒤덮고

 

놈삐(무우)씨앗을 파종하였는데

 

쇠비늠이 온 밭을 다 차지하여

 

두 부부가 정오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검질(김)을 매고 있습니다.

 

 

당신 거기 서 있지 말고

 

저껕디로 오라며

 

남편을 달래고 있습니다.

 

 

남편이 다가서자

 

그 그늘에기대어

 

바쁜 손놀림으로

 

검질을 뽑고 있습니다. 

 

 

골 따라

 

이랑 따라

 

 

 

걸음 옮기는 고랑마다

 

삶의 허리가 휘어지고

 

 

돌아선

 

멍엣줄에 벌테기(제초한 김을 쌓아 놓은 것)를

 

지긋하게 누루시는 어머님의 손등엔

 

 

흘린 땀방울 만큼이나

 

깊은 옹이가 배었습니다.

 

저분들의 손결로

 

우리의 식단이 더욱 풍요로워짐을 느낌니다.

 

오늘 저녁 시원한 한줄기 바람으로

어머님의 아픈 허리 통증이

 

잠시라도 저미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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