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바람, 섬 풍경

송키

相民 윤봉택 2024. 5. 7. 16:59

2008. 1. 1.

 

‘송키’입니다.

‘노물’이라고도 합니다.

 

‘송키’는 松菜송채에서 변화된 제주어로서 나물을 나타냅니다.

나물은 제주어로 ‘노물’ 또는 ‘노몰’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제주도는 따뜻한 곳이라 사계절 언제든지 푸른 채소를 먹을 수가 있습니다.

어디 채소만이겠습니까.

 

‘부루’ 또한 눈 덮힌 겨울에도 밭에서 따다 쌈을 싸서 먹을 수가 있습니다.

‘부루’는 중세국어로서 상추를 말하며, 제주에서는 상추라 하지 않고 부루라고 합니다.

 

제주인들이 장수하는 비결 중 하나는,

겨울에도 이러한 싱싱한 송키를 마음 껏 섭취할 수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 칭원하신 어머님 살아 계신 겨울철에는

눈 덮힌 '우영팟'에 가셔서

이 '노물' 잎을 따다가

된장국도 끓여 주시고,

동모레기는 된장에 찍어 먹을 수 있도록 데우쳐도 주셨고,

당신께서는 쌈을 싸서 잡수시곤 하셨던 그 '송키', 

 

그 송키를 보노라니

눈이 녹아 눈물인지, 눈이 녹은 눈물인지 분명 경계가 묘연했지만

먼저 가오신 우리 설운 어멍 모습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지난 1월 1일

이중섭 미술관에 수선화 담으러 눈길 따라 갔다가

함께 눈 맞아 있는 ‘송키’를  보았습니다.

 

 

29011

 

 

 

 이중섭미술관 경내에 있는 '우영팟'입니다.

 

당시의 흔적을 보존하려고

돌담 등은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그 우영팟에 심은 송키가 꽃을 피웠습니다. 

 

-우영팟'은 집터에 속한 공지를 나타내는 제주어입니다.

 

눈의 무게보다

꽃이 무게가 더 넓고 크기에

머리를 들 수가 있는 것입니다. 

 

저 눈물 녹아 한점 되어 흐르는

시간

우리 설운 어머님은 먼 나들이를 가셨습니다. 

 

지금이라도 돌아 오시어

저 송킷잎 따다가

구수한 된장국을 끓여 주실 것만 같습니다. 

 

그 중 하나의 '노물'은

저홀로

나리는 눈송이 따라

길을 걷고 있습니다.  

 

낮은 시간

새해 첫날의 기쁨

 

하이얀 그리움이 절절 쌓이는

나만의 우영팟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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