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7.
야설 野雪
- 눈 쌓인 들판에서
지은이<臨淵堂 李亮淵(1771 –1853)>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눈 쌓인 벌판을 걸어간다고 하여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마음대로 이리저리 가지를 말라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지금 내가 걷는 첫 발자국이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다음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되리니
又우
-다시 눈쌓인 벌판에서
雪朝野中行(설조야중행)
눈 쌓인 아침 벌판을 처음 걸을진데
開路自我始(개로자아시)
내가 처음 걸으며 길을 여는 것이라
不敢少逶迤(불감소위이)
조금이라도 비틀거리지 못하는 것은
恐誤後來子(공오후래자)
뒤에 걸어오시는 이 잘못될까 두려워서이다.
아직도 이 시를
서산대사의 시(답설가 踏雪歌)로 소개가 되고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서산대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이다.
2023. 5. 4~5일까지 720mm 비가 왔는데
이 또한 모자람이 있었는지
오늘도 한 10여mm 비가 나린다.
안개가 끼어 사방을 볼 수가 없어, 이에 관한 자료를 살펴보았다.
자료 원전은
서울대학교 규장각에 소장된
필사본 『한객건연집 韓客巾衍集』의 부록으로 편철되어 있는 「附臨淵堂集」이다.
규장각의 해제 자료에는,
“想白 古 811.54-Y91h v.1/4 柳琴 편, 연기미상. 4권 1책(109장), 필사본, 37.8×22.5cm.李德懋(1741-1793)·柳得恭(1749-?)·朴齊家(1750-1805)·李書九(1754-1825) 4인의 시를 모은 시집으로 1777년(정조 1) 柳琴이 펴냈다. 권수에 ‘乾隆 42년’(1777)에 쓰여진 進士出身吏部考功司員外郞 前翰林院庶吉士甲午科廣東副主考 李調元과 文淵閣檢閱充方略舘摠校官 四庫全書分校官 內閣中書舍人 潘庭筠의 서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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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想白 古 811.54-Y91h v.1∕4>의 4종이 모두 필사본인 점은 같으나 수록 내용은 각 본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다른 본에 비해 오·탈자가 많은 〈1〉 <奎 7125>를 제외한 〈2〉·〈3〉·〈4〉본에는 모두 이조원과 반정균의 평이 수록되어 있다. 〈2〉 <가람 古 811.03-Y55h>에는 이조원의 평은 푸른 색‚ 반정균의 평은 붉은 색 글씨로 적어 놓았고‚ 아울러 붉은 색의 권점과 비점을 사용하여 구분하고 있다. 〈3〉 <가람 古 811.03- Y91he>본은 이조원과 반정균의 평을 검정 글씨로 적고 붉은 색‚ 푸른 색의 권점과 비점을 찍어 양인의 평을 구분하여 쓰고 있다. 또 주요 한자의 뜻과 음을 상단에 한글로 적어 놓은 것과 아울러 책의 끝부분에 각 사람의 시 편수를 적어 놓은 것도 이 책만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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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제목이 四家詩로 되어 있는 〈4〉 <想白 古 811.54-Y91h v.1∕4>본은 이조원‚ 반정균의 평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朱書로 적어 놓았다. 여기에는 앞의 3종과 달리 <臨淵堂別集>이라는 부록이 붙어있다.
臨淵堂 李亮淵(1771 -1853)의 字는 晋叔‚ 號는 臨淵으로서 義存의 아들이다. 1830년(순조 30) 선공감 첨정‚ 1838년(헌종 4)에 都事‚ 1851년(철종 2) 호조참판에 임명된 인물로 어릴 때부터 詩文이 뛰어났는데‚ 특히 문장이 典雅簡古하여 후학들이 다투어 암송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四家詩≫의 別集에 李亮淵의 글이 수록된 듯하다. 책의 편자인 柳璉(柳琴)은 유득공의 삼촌으로 1776년 예조판서 徐浩修의 燕行길에 동행하면서 이 책을 가져갔다. 그곳에서 당시 문통이 있던 이조원과 반정균에게 보여주고 그들로부터 서문을 받아 1777년에 중국에서 간행한 것이다. 이조원과 반정균은 이들의 시를 상세하게 읽은 후 각 시마다 짤막한 평을 적었고 각 권의 끝에는 4인의 시에 대한 총평을 각각 부기하였다.” <규장각 해제 자료 인용>
↗ 『한객건연집 韓客巾衍集』의 부록으로 편철되어 있는 「附臨淵堂集」
규장각 소장 자료 인용(이하)
↗ 『한객건연집 韓客巾衍集』 서문
↗ <臨淵堂別集> 권두
↗ <臨淵堂別集> 79장 전면에 수록된 野雪 전문
↗ <臨淵堂別集> 79장 후면에 수록된 野雪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