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 12

나누며, 소통하며

인간사를 보면 원수는 이웃에 있고, 하필, 그 웬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평소에 이념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 하여도 아무리 좋지 않은 이웃이라 하여도 길흉사에는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게 우리 선인들의 미덕이었고, 이러한 미덕이 공동체를 이루는 가치가 되었다. 백번 양보한다고 하여도 최근 정치권에서 문상을 놓고, 모 아니면 토라는 흑백 논리는 글쎄 별로 달갑지가 않다. 막설타인단여장 (莫說他人短與長) 타인의 장·단점을 쉽게 말하지 말라 설래설거자초앙 (說來說去自招殃) 세치 혀를 잘못하면 오히려 재앙을 불러오나니 약능폐구심장설 (若能閉口深藏舌) 하고 싶은 말이 많을수록 입을 굳게 다물고 혀를 깊이 감춘다면 편시수신제일방 (便是修身第一方) 이것이야말로 수신(修身)의 제일이 아니겠는가? 이 시는 송나라 ..

지천명 2024.04.19

조부님

2020. 8. 29(음 7월 11일) 2020년 오늘 음 7월 11일은 조부님께오서 돌아가신지 100주년이 되는 기일이다. 조부님의 성은 윤尹, 본은 파평(坡平), 이름은 영지(永池), 대정향교 장의(掌議)를 지내셨다. 파평윤씨 시조 태사공 휘 신달의 36세손이시고, 입도조 휘 빈贇의 13세이시며, 강정 입향조 휘 부석의 6세손이시다. 증조부(계심啓深)님은 다섯 아드님(영완永完. 영수永洙. 영청永淸. 영지永池. 영기永沂)을 두셨는데, 우리 조부님은 네 번째(샛말젯 아덜) 아드님(영지永池)이시다. 정축년(1877년) 8월 7일에 태어나셨으니, 생존하여 계셨으면 144세이시다. 그렇지만 증조부님께서 정실에서 두 아드님, 후실에서 세 아드님을 두시면서, 우리 조부님은 후실에서 두 번째가 되기에, 동네 삼촌들..

지천명 2024.04.19

진실과 거짓

2020. 10. 14 오늘은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좋은 글을 보내 주셨기에 이 가을 깊은 날에 지인과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아래 글은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 선생의 『연암집(燕巖集)』권7 별집(別集) /종북소선(鍾北小選)/ 「녹천관집서(綠天館集序)」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무릇 ‘참(진眞)’이라 말하거나 ‘닮았다(초肖)’라고 말할 때에는 이미 그 속에는 ‘그렇지 않음(가假)’과 ‘다르다(이異)’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부어진어초지제 夫語眞語肖之際 가여이재기중의 假與異在其中矣 옛글을 모방하여 글을 짓기를 마치 거울이 형체를 비추듯이 하면 ‘비슷하다’고 하겠는가? 왼쪽과 오른쪽이 서로 반대로 되는데 어찌 비슷할 수 있겠는가. 倣古爲文。如鏡之照形。可謂似也歟。曰左右相反。惡得而似也。 그렇다면 ..

지천명 2024.04.19

순다리

쉰다리 쉰다리 또는 순다리라고 불려지는 발효음식은 탐라인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입니다. 여름철 밥을 잘못 보관하였다가 상하게 되었을 때, 그 쉰밥에 누룩과 물 그리고 당분을 넣어 몇 일 두어 발효시킨 음식을 말합니다. 이 더운 여름날 논밭에 나가 작업하실 때에는 이 쉰다리를 주전자 담아 가지고서는 간식으로 드시곤 하셨던 음식입니다. 우리 어머님(1920년생)이 살아계실 때에는 쉰다리를 참으로 잘 만들어 주셨습니다. 울 어머님께서는 쉰다리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음식을 잘 만드셨습니다. 장마철에는 ‘정의논깍’에 나가셔서 ‘폿겡이’를 잡아다가 절구에 넣어 찧으시고는 ‘겡이죽’을 만들어 주셨고, 그 바쁜 농번기에도 잠깐 물 때를 맞추어 개껴시(바닷가)’에 가셔서는 넘패(해초류)를 따다가 저가 좋아하..

오늘은

오늘, 미쁜 울 어머님의 괘는 우리 아가님 길을 걷다가 좋은 일 있것다. 가는 길 넘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다 길이 있답니다. 앞만 보고 달리는 것보다 가면서 뒤돌아 보는 마음의 여유가 더 필요함을 기억하는 시간이 되기를 생각해 보셔요 사는 일 어느 것 하나 쉬 되는 일이 있었는가를 내가 아는 당신은 현명한 사람 내 힘들고 고단할 때 문득 힘이 되어 주었고 내 어려워 잠시 쉬고자할 때 온유한 삶의 쉼터가 되어준 당신 모든 게 다 잘될거라는 믿음을 놓아 버리지 마세요 내 곁에 당신 계시고 당신 뒤에 내 있어 당신의 그림자로 있나니 혼자라는 생각 하지 말아요 내 비록 작은 힘 뿐이나 당신 힘이랑 함께 모으면 처마에서 떨어지는 작은 빗방울 보다 더 큰 힘이 되어 굳은 암반조차도 차마 뚫을..

개역

2016. 07. 13. 오뉴월 장마엔 개역 혼사발 제주신보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992540 > 뉴스 > 오피니언 > 제주논단 오피니언 오뉴월 장마엔 개역 한사발 윤봉택. 서귀포예총 회장 데스크승인 2016.07.13 제주신보 | webmaster@jejunews.com 아열대지역의 최북단 탐라섬 제주도에는 특이한 장마가 있다. 뭍에서 장마라고 할 때는 보통 6월 말에서 7월 중순까지 이어지는 오월장마만을 얘기한다. 그런데 탐라섬에는 절기와 계절에 따라 여러 장마를 맞이하게 된다. 가장 먼저 초봄에는 ‘풀도진마’라고 하여 고사리가 돋아나기 전, 대지의 만물이 잘 돋아나라고 일주일 정도 시작되는 장마를 말한다. 이어서 시작되는 게 ..

참다운 공양

2023. 07. 15. 참다운 공양이란 무엇인가 ? 《대반열반경》중권에 이르시기를 석가세존님께서 사바세계와 인연이 다하여 반열반에 이르게 되시자, 그때에 모든 천신ㆍ용ㆍ귀신 등 8부 신중들이 허공에서 비 내리듯 온갖 미묘한 꽃들을 부처님 위에 뿌리고, 또 우두전단 등의 갖은 향을 뿌리고, 하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며 찬탄하였다. 이때 부처님께서 시자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허공에서 모든 천신 등과 8부 신중이 나에게 공양하는 것을 보았느냐?” 시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공양하여 은혜를 갚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이렇게 향ㆍ꽃ㆍ기악으로 공양할 필요가 없다. 계율을 청정하게 지키고, 경전을 독송(讀誦)하며, 모든 법의 깊..

지천명 2023.07.15

기도祈禱

2023. 05. 09. 불공佛供 ·기도祈禱·서원誓願·발원發願의 차이점 기도祈禱 또는 기청祈請이라는 것은 하늘과 땅의 신(天神地祇)에게 무엇을 성취하고자 하여 제사祭祀 또는 제의祭儀를 거행하거나, 도교 의례에서 신기神祇에게 의례를 행할 때 이뤄지는, 인간의 행위를 말한다. 그리면 불교에서 부처님께 기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처님께서는 많은 경전에서 제자들에게 “이와 같이 서원誓願 또는 발원發願 기원祈願하라,”고 하셨지, 기도祈禱하라고는 하지 않으셨다. 이는 경율논 3장 중 한역된 내용을 살펴보면 확인이 가능하다. 자료를 살펴보면 서원誓願이라는 단어가 1,644회, 발원發願이라는 단어가 1,034회, 기원祈願이라고 한 것은 40여회로서, 발원發願보다는 서원誓願에 대한 내용이 많았지만, 삼보에 기도祈禱한다는..

지천명 2023.05.09

운(運)

운(運)이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는 2017년도에 번역 소개된 ''니시나카 쓰토무''라는 일본의 전직 변호사가 쓴 ''運을 읽는 변호사''란 책이 있습니다. 재임중 소송을 처리하면서 느끼고 깨달은 이야기들을 써 내려간 책입니다. 다음 글은 ''運을 읽는 변호사''의 저자 ''니시나카 쓰토무''의 글 중에서 발췌된 것입니다. 저자는 50여년의 변호사 생활동안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을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그의 저서 «運을 읽는 변호사»에서는 우리에게 꼭 들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바로 '운(運)'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운(運)이란? 저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타인의 중대사에 많이 관여하기 때문에 인생 공부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할 수 있었..

지천명 2023.01.25

원각도량하처

국보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판” 모셔진 장경판고의 법보전 좌우에는 아래와 같은 주련이 있는데, 圓覺道場何處 원각도량하처 現今生死卽是 현금생사즉시 그대는 둥근 깨달음을 이룰 수 있는 도량이 어디라고 보시는가? 보시게나, 지금 우리의 생사(生死)가 바로 그 자리라네 이 주련은 1904년 해인사 주지로 취임한 남전한규(南泉翰奎 1868.9.6.~1936.4.28) 스님께서, 1908년 해인사 대중에게 설법한 요지를 당신의 휘호로 주련에 새겨, 팔만대장경 목판이 보존되어 있는 법보전 입구 좌우에 걸어 놓았다. 남전한규 스님은 합천 출신으로 1885년 해인사 신해서장(信海瑞章. 1817~1900.6.26) 문하로 입산 출가하여 율맥을 전해 받았으며, 김천 직지사의 고승 제산정원(霽山淨圓.1862∼1930) 스님..

지천명 2022.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