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특집(特輯)>
제주(濟州) 항일(抗日)진원지 法井寺 성역화 추진
입력 1996. 8. 12. 17:07수정 1996. 8. 12. 17:07
<8.15특집(特輯)> 제주(濟州) 항일(抗日)진원지 法井寺 성역화 추진
(서귀포(西歸浦)=연합(聯合)) 洪東秀기자= 일제시대 제주(濟州)의 항일운동 진원지였던 서귀포(西歸浦)시 하원동 法井寺 일대에 대한 성역화사업이 민간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그동안 '난리'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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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西歸浦)=연합(聯合)) 洪東秀기자= 일제시대 제주(濟州)의 항일운동 진원지였던 서귀포(西歸浦)시 하원동 法井寺 일대에 대한 성역화사업이 민간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난리' `반란' 등으로 왜곡돼 전해져온 法井寺항일운동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이제 항쟁관련자 후손과 지역 주민들이 보다 가시적인 명예회복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법정사 항일운동은 3.1독립운동 5개월 전인 1918년 10월5일부터 이틀동안 법정사 승려들이 지금의 서귀포(西歸浦)시 중문동을 중심으로 13개 마을 신도와 주민 등 4백여명을 규합, 경찰주재소를 습격하며 일본인을 상대로 무장투쟁한 의거다.
이 사건으로 金蓮日주지(당시나이 48.경북 영일 출신) 등 승려 13명을 포함, 31명이 징역 6년에서 10년까지 선고받았고 金奉和스님(39) 등 2명은 옥사했다.
이밖에 30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15명이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30일간 옥고를 치렀고 일본 경찰의 수습과정에서 주민들이 겪은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전해진다.
선고 형량을 기준으로 본다면 3.1독립운동을 훨씬 능가하는 항일의거였다는 것이 관련 사학자들의 분석이다.
이 사건은 일본 경찰에 의해 사이비 종교계의 반란으로 왜곡됐고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사건 자체가 은폐돼 해방후 최근에 발행된 제주(濟州)道誌를 비롯한 각종 향토지에서조차 `보천교(普天敎) 난리(亂離)'로, 심지어는 `반란군'이라고까지 표현돼왔다.
제주도에서도 남쪽 오지에서 발생한 사건인데다 관련자 후손들조차 선조가 형사처벌을 받았던 사실을 막연히 부끄럽게 생각하는 풍토 속에서 사건의 진실이 은폐돼온 것이다.
그러나 지난 91년 정부기록보존소 부산지소에서 당시 재판기록이 발굴된 후 3년여에 걸쳐 후손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사건의 실체를 확인한데 이어 정부가 지난해 관련자 20명의 행적을 확인, 포상하면서 제주 항일운동 진원지로서의 평가를 받게됐다.
이에 따라 지난 94년 9월 `법정사 항일운동유족회'(회장 李致根)가 결성됐고 유족회와 서귀포시 중문동지역 주민들을 중심으로 기념탑 건립 등 법정사 일대에 대한 성역화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유족회측은 서귀포(西歸浦)시 하원동 1816 법정사 일대 국유지 10만여평을 성역화 부지로 확보, 독립기념탑과 실형 수형자 33인 위패영각을 건립하고 당시 일본인들이 불태워버린 대웅전을 복원할 계획이다.
또 성역화 부지에 청소년 수련센터를 건립, 부근에 조성된 서귀포자연휴양림과 연계된 관광지로 가꾸고 수학여행단을 중심으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산교육장으로 활용토록 한다는 구상 아래 자치단체에 사업비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중문청년회의소를 주축으로 한 중문동 주민들도 선조들의 자랑스런 의거를 길이 빛내자는 의지로 이 사업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법정사항일항쟁 만세대행진과 학술토론회를 개최했던 중문청년회의소는 올해도 의거 기일에 맞춰 10월5일부터 만세대행진을 개최키로 하는 등 법정사 성역화사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같은 부대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중문청년회의소는 또 유족회와 함께 아직 유족이 확인 안된 항쟁관련자 35명에 대한 유족찾기활동을 벌이고 미포상자 28명에 대한 포상 신청, 보훈등급 상향조정 활동도 벌이고 있다.
서귀포시는 유족회 등의 요청에 따라 도비 2천만원 등 성역화 기본계획 용역비 3천만원을 확보, 올해 안에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또 유족회와 지역주민 대표 50여명으로 `법정사 성역화사업 추진위원회'를 구성토록 하고 용역결과에 따라 추진위가 성역화사업을 주도, 시는 행정.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형식으로 성역화사업을 벌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주도가 올해 광복절을
맞아 발간 예정인 `제주도 독립운동사' 집필을 맡았던 제주도사연구회 金奉玉회장(74)은 "현지 확인작업에 많은 시일이 걸렸다"며 "이 의거는 승려들이 주도해 일으킨 제주 최초의 대규모 항일운동으로 명확히 재조명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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