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바람, 섬 풍경

마라도 애기업개당

相民 윤봉택 2024. 5. 7. 17:01

2008. 08. 29.

 

마라도 애기업개당입니다.

 

아기업개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

그 길 다한 마라도에 있습니다.

 

지난 8월 29일

마라도를 찾아 살펴 보았습니다.

 

아기업개당은 마라도의 본향(本鄕)당입니다.

제주도에는 육지처럼 성황당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을마다 본향당, 일룃당. 여드렛당, 좀녀당, 보재기당 등이 있습니다.

 

때문에 “堂당”마다에는 모시는 신이 다릅니다.

 

마라도의 본향당인 이 아기업개당은 처녀당, 비바리당이라고도 하며

당의 神主신주는 ‘허씨 애기’입니다.

신을 모시는 신체神體는 돌(神石)이며

성별은 여신이고

메인심방은 따로 두지를 않았습니다.

 

당의 형태는 해변에 위치하여 ‘해변형’이며, 돌을 쌓아 울타리를 하였습니다.

바닷가라 신목이 아닌, 신석으로 하였고

당의 특징은 아기업개의 원령을 모시고 있으며,

신앙민의 단골은 마라도의 주민입니다.

 

아기업개당의 주 기능은 육아(育兒)이며,

재물을 올릴 때는 메 1기만 준비합니다.

 

마라도에는 본래 사람이 살지 않았으며, 주로 가파도나 모슬포에 사는 좀녀들이

이곳에 와서 해산물을 채취하였습니다.

 

아기업개당에는 다음과 같은 애틋한 사연이 있습니다.

 

 하루는 모슬포 좀녀들이 식량을 싣고 마라도에 물질하러 왔는데, 풍랑이 너무 거칠어

물질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밤 그곳에서 잠을 자던 상군좀녀의 꿈에 신인이 나타나

마라도를 떠날 때는 아기업개를 놔두고 떠나가야만 무사히 섬을 빠저 나갈 수가 있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어린 좀녀를 데리고 가다가는 우리 모두 물귀신이 된다고 하니,

함께 물질 온 좀녀 중에 가장 어린 아기업개 좀녀를 섬에 몰래 놓고

나머지 좀녀들과 보재기가 배를 몰고 섬을 떠나가자, 뒤늦게 이 사실을

안 어린좀녀는 떠나가는 배를 향해 애타게 손을 흔들며 발버둥 치다가

결국은 그 자리에서 굶어 죽게 되었고, 그 배는 무사히 모슬포에 닿을 수가 있었습니다.

 

해를 넘기고 난 다음, 좀녀들이 다시 마라도를 찾았을 때는, 그 어린좀녀는 없었고,

울던 그 자리에는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하여, 그날로부터 마라도를 찾는 좀녀들은 불쌍한 아기업개의 넋을 위로하기 위하여

그 자리에 당을 만들어 1년에 한번 씩 제를 모시게 되었다는 전설을 안고 있습니다.

 

마라도 본향 애기업개당 본풀이

 

허씨애기 열늬설(14세)에

알드르(대정읍 하모리 송악산 옆 지명) 이칫(이씨) 애기업개(아기 돌봐주는 아이)로 가,

거기 좀수(잠녀) 서이(3명) 마라도에 물질 갔다가

오월 장마이(장마가) 되여서 사흘을 거기 무인지경에

천막을 쳐서 눅게(눕게) 되는 디(되었는 데)

호롯밤 몽(꿈)에는 산신대왕이 노려서(나타나서) 선몽을 허되

열늬솔(14세) 난 처녀를 두고 가민(가면) 너가 살 것이라 허여(하여)

그런디(그런데), 이제는 날이 새여(밝아) 태(테우)가 나오라,

올라 온 덕(언덕)으로 섬비물(마라도 못 이름/애기업개당 옆에 있음)와서  테(테우)에 올라

열늬설 안 애기업개고라(애기업개에게) 저디(저곳) 지성귀(기저귀) 넌(널은)거 강(가서)

가정(갖고) 오라 허여, 애기업갤 똑기(뚝) 털어치와두언(떼어 놓고 나서)

테를 틔와(띄워) 떠나 오니.

그 할망(14세된 처녀)이 낮에 일뢰(7일) 밤에 일뢰 열나흘 굶어 죽으니

뒷해(다음 해) 소월(4월)이 나니(되니) 거길(그곳) 간 보니

꽝(뼈)만 솔근허였으니(앙상하였으니)

이제는 아미선관(阿彌船官0 신도본향(神都本鄕) 일뢰(7일)중자(定座)로 들어사니

이 모을에선 이 당을 잘 위허니

일신 펜코헙네다(편안합니다.)

 - 제일은 매월 7일이다

 

이 본풀이는 대정읍 가파도 남무 당시 62세 정신송님의 구술을 진성기님이 채록하여

"제주도무가본풀이사전"에 수록한 내용이다.

 

 

  마라도의 섬 물길은

  아기업개당에서 부터 시작됩니다.

 

 모슬포항이 바라다 보이는 이 언덕에서

 '아기업개'는 떠나가는 배를 향하여

 애타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오늘도 마라도에서는

 그날의 원령이 바람이 되어

 마라도를 보듬고 있음을 봅니다. 

 

 

 

    바라다 보면

    테왁처럼 둥실 떠오르는

    우리 삶의 인연들,

 

   가파도 좋고

   마라도 좋았다는 섬 그늘, 

 

  그날,

  해변을 지키며

  마라도의 본향이 되신

  '아기업개'님의 성소가 마라도의 거친 물살을 넘기고 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가 놓고간

  지전에서 삶의 소원은

  바람을 날리는 데,

 

 

 부질없는 나그네가

 그 무게에

 삶 하나를 더하였나 봅니다. 

 

 

  무정함이 두고 간

  아기업개는

  시방도

  그 배 노 저어 오시길 기다리고 있는데

 

  촛불 밝혀

  어둠을 사루는 아기업개의 넋은

  어느 구천 길에서

  단장斷腸을 하고 계시온지 

 

  돌아 보면 이 또한

  부질 없는 것

 

   차라리,

   순백이의 넋을 빌어

   구천의 그리움을 피워 낼수만 있다면,

 

 

 

   떠나간 그리움도

   겹겹이 풀어 마라도의 바람으로

   날릴 수가 있으련만,

 

    바람이 불어

    파도를 빗어가는 물결 이랑마다

 

    '엉'이

   되어버린 피안의 경계에서

   일순 섬이 되어버린

   낮달의 그림자,

   

  아기업개의 바람은 바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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