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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택 -칼럼 제민일보 2

相民 윤봉택 2022. 5. 17. 08:03

[아침을 열며] 탐라의 별 무병장수 남극노인성

  •  입력 2021.11.14 15:06

 

청소년에게는 언제나 그 꿈이 있어야 하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국가는 청소년에 알맞는 기반 시설을 잘 구축해야만 한다. 더불어 노인에게는 그 꿈의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가는 책임을 다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에서 만 65세가 되면 누구나 법정 노인이 된다. 이는 노인장기요양보험법과 노인복지법에서 노인에 대한 정의를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하여 필자 또한 금년이 만 65세에 해당하기에 법정 노인이 되었다. 노인이 되면서 받은 첫 느낌은 즐겁다는 것이다. 

 

노인이란 무엇인가. 사람으로서 오래 사는 현존 인물에 대한 존칭이 아닌가. 물론 여기에는 건강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으면 더욱 바랄 바가 없겠다. 그런데 일본에는 우바스테야마(姥捨て山)라 하여 "할머니를 갖다 버리는 산"이라는 설화가 있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풍습이 과거에는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예부터 군자의 나라, 동방예의지국이 아니었던가. 헌데 일부에서 고려장이라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인용하는 자들이 있어 노인 측면에서 보면 매우 불쾌하다. 우리나라에는 본시 고려장이라는 그 자체가 없었다. 이에 대하여 학자들은 일본이 침략 당시에 퍼뜨린 유언비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계절, 탐라국은 만추의 기쁨이 출렁인다. 계절을 사람에게 인용하자면 가을은 노인의 계절이 아닌가 한다. 가을밤에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남극노인성을 만날 수가 있다. 서양에서는 카노푸스라고 한다. 적도 북쪽을 운항하는 모든 항공기나 선박의 좌표가 북두칠성과 북극성이 되듯이, 적도 남쪽에서는 남극노인성과 남십자성을 운항 좌표로 이용한다. 

 

그런데 추분부터 이듬해 춘분까지 시간을 달리하며 이 노인성을 볼 수가 있다. 조선조 선조 시절 『토정비결』 저자 토정 이지함은 이 별을 보기 위하여 한라산을 세 번이나 등정하였다.

그리고 조선조에서는 『국조오례의』에 근거하여 노인성제를 춘·추분에 각각 노인성제를 지냈다. 이는 노인성 별이 밝게 비추면, 그 별을 보면 무병장수하고 나라에는 병란이 사라진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 곳곳에 남극노인성이 등장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금 이 별이 서귀포시 해안에서만 보인다. 이는 이 별 뜨는 위치가 남위 52°가 되어 수평선 위로 낮게 뜨기 때문으로 산북에서는 볼 수가 없다.

 

당 오백 절 오백을 훼손하였다고 전하는 이형상 목사는 당시 조정에 올린 '제주청사전변통장'에서 노인성제를 지낼 수 있도록 윤허를 바라는 내용이 전한다.

1904년 1월 4일 조정 내장원에서는 영주 12경의 하나인 '서진노성'에 노인성제를 지내는 노인성단을 보수하고, 전각을 세우도록 하는 훈령이 있었다. 그리고 1930년대까지 노인성 별을 보는 관성대가 있었고, 해마다 노인성을 보려고 도민들이 많이 모였다는 기록이 전한다. 

 

일찍이 산남과 산북에서는 1960년대에 각각 정자를 세웠다. 산북에서는 1966년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에 수월정(水月亭)을 세웠고, 1968년 산남에서는 서귀포 삼매봉에 남성정(南星亭)을 세우고, 이 아래에 남성대(南星臺)를 세워 남극노인성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별은 인간의 착한 심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이 힘들어하고 있다. 이 계절 제주도에 와서 남쪽 바다 수평선 위로 떠 오르는 밤하늘 남극노인성을 보며, 모두의 건강을 기원하자.

 윤봉택 webmaster@j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