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5. 03.
석송령
천연기념물 294호 예천 천향리 석송령(醴泉 泉香里 石松靈)입니다.
지난 5월 3일
예천 땅 주마산 한천사를 지나
천향리에 있는 석송령을 찾았습니다.
비록 나무이지만
세금을 한번도 거르지 않고 꼬박 꼬박 납부하는 선량한 납세자 소나무입니다.
나이는 600여세
나무 크기는 높이가 11m, 가슴높이 줄기 둘레가 3.67m이고,
가지의 길이는 동·서쪽이 19.4m, 남·북쪽이 26.2m
이쯤되면,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의 남아입니다.
이 소나무가 위치해 있는 천향리마을은
예천읍에서 영주로 가는 길 왼편에 있고 그 마을회관 앞뜰에 서 있습니다.
소나무는 원래 원줄기가 위로 솟아나는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이 석송령은 굵은 곁가지가 멀리 뻗어 남북방향으로 30m나 되기에
돌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것이 다른 소나무와는 구별이 됩니다.
전설에 따르면
이 소나무는 약 600년 전에 큰비가 와서 풍기지방에서 시작된 홍수에 따라
흘러 내려오는 것을 어떤 과객이 건져 내어서 이곳에 심은 것이라 합니다.
그 뒤 이 나무는 힘찬 성장을 계속하였는데
이 마을 이수목(李秀睦)이란 사람이, 이 나무에서 영감을 느끼게 되어
석송령이란 이름을 지어 주고 그의 소유토지 6,600㎡를 이 나무에 상속시켜
문서등기까지 마친, 우리나라의 납세국민 가운데 가장 오래 산 최고의 납세자입니다.
동리회관건물도 석송령의 소유토지 위에 건축된 것으로
이 소나무는 해마다 이 땅을 경작하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고 그것을 은행에 저축하면서
토지 소유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세금을 성실 납부하는 일등 국민입니다.
헌데 지금까지 국세청으로부터 표창 한번 받은 적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 재산을 모아 해마다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데 말입니다.
하여, 정월보름날 새벽에 동민들은 이 나무 아래에서 동제를 올려 평안을 기원드리며
마을제가 끝나면 아주머니들이 막걸리가 든 술병을 들고
이 나무의 주변을 돌면서 술을 땅에 뿌립니다.
그리고 동리 노인들께서는
이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송계(松契)를 만들어 소나무와 함께 무병장수하고 계십니다.
석송령입니다.
어느 산의 기억을 안고
예까지 오셔서
마을의 꿈을 주셨는지
굵어진 허리만큼이나
다가 선 삶전의 그림자
반석에는
대보름을 기다리는
바람이 낮게 와선을 즐기는
오후
그림자로 지나 온
시간,
건너로 마음의 강을 지나오신
내 설운 반연의 이야기
세월의 빗장만큼
고여온 석장,
여느 바람인들
내 반연의 바람인들
문득 돌아서면
다가서는
그림자의 그늘,
지순하여라
석송의 아름다움이여
이곳에 이르러서는
시공조차 멀어 있음을
그대,
그림자로나 기댈 수 있다면
내 하루의 꿈을
빚어
석송의 그림자로 누으리니
가는 이여
떠나 가는 이여
마음의 문을 열어
풍경소리로나 울려 주시게나
석주에 비낀 오후
햇살로
멱이라도 감겨 주시게나
그림자마다 일어서는
낯선 바람
다시 그대 곁에 닿는 날,
삶 전에 빚어 놓은
내 작은 걸망 끈을
그대에게 온전히 전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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