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카노푸스

구나행

相民 윤봉택 2016. 5. 13. 10:42

2016. 05. 13.

 

구나驅儺

나례儺禮.

 

구나驅儺는 나례儺禮와 같습니다.

글자 그대로

대표적인 나쁜 귀신(역신疫神)을 몰아내는 의식입니다.

 

정초에 조정에서 부터 각 고을에 이르기 까지

역귀를 몰아내는 의식을 하였었는데

역귀는 천연두 즉 염병을 주관하는 신입니다.

 

우리 서귀포시에서는

영천동 돈내코 아래에 있었던

지금은 자취마저 사라져 버린

그곳에 영천사가 있었는데,

이곳에서 역신을 몰아내는 나례 의례를

보았다는 마애명이 있습니다.

 

이곳 하천에 있었던

영천사 고승이 썼다고 전해오는 마애명이 있는데

바로 관나암(觀儺岩)입니다.

이곳에서 구나(나례)의식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래전부터

이미 이곳에서 구나의식이 이뤄졌음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표증이기도 합니다.

 

저가 처음 이 마애명에 관심 갖게 된 것은

이원조 탐라지초본에 관나암이 있다는 문헌기록이 있어서

1993년경 일주일 넘게 주변 하천의 암석을 찾아다니다가

하천 평평한 곳 낮은 바위에서 마애명을 찾아

1994년에

서귀포시의 어제와 오늘법호촌마을 편에 수록을 하였습니다.

 

당시에 동네 어르신들에게 여쭈었더니

그런 마애명이 있다는 것을 처음 듣는다고 하셨습니다.

 

바로 이 구나의식에

남극노인성이 가면으로 나타납니다.

 

고려 말 문신 목은 이색(李穡 1328-1396)

구나를 행하는 의식을 보면서

736행의 한시로 당시 상황을 묘사하였습니다.

 

여기에 보면 서쪽나라 호족들의 무희에서부터 신라의 처용무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게 묘사되는데

오늘날 봉산, 강령탈춤 또한 이와 유사하다 하겠지요.

왜냐하면 봉산, 강령탈춤에도 남극노인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이색 선생의 구나행 7언시입니다.

 

천지의 운행 이치는 어찌 그리 아득한고. / 天地之動何冥冥
선과 악이 어울려 만물이 생육 변화하되 / 有善有惡紛流形
혹은 상서가 되고 혹은 재앙이 되어서 / 或爲禎祥或祅孼
서로 뒤섞이니 어찌 인심이 편안하리요 / 雜糅豈得人心寧
그래서 악귀 벽제에 자고로 예가 있어 / 辟除邪惡古有禮
열두 신이 항상 위령을 떨치게 되었네. / 十又二神恒赫靈
국가에서는 방패막이를 크게 설치하여 / 國家大置屛障房
해마다 행사 관장해 내정을 맑게 했으니 / 歲歲掌行淸內庭
황문 아이초라니 소리가 서로 연달아서 / 黃門侲子聲相連
맹렬한 천둥처럼 불상을 쓸어 없앴었네. / 掃去不祥如迅霆
사평부에서는 순경을 두루 비치했으니 / 司平有府備巡警
오정 역사와도 같은 수많은 열사들이 / 烈士成林皆五丁
충의심에 격앙되어 액막이를 대신하여 / 忠義所激代屛障
기괴한 걸 다 베풀고 뭇 광대를 따라서 / 畢陳怪詭趨群伶
오방귀와 백택의 춤을 덩실덩실 추고 / 舞五方鬼踊白澤
불 토해 내기 칼 삼키기의 묘기를 펼치네. / 吐出回祿呑靑萍
서역의 나라 사람 고월의 가면극에는 / 金天之精有古月
혹은 검고 혹은 누렇고 눈은 새파란데 / 或黑或黃目靑熒
그중 늙은이는 굽은 허리에 키가 커서 / 其中老者傴而長
모두가 남극 노인이라고 경탄하거니와 / 衆共驚嗟南極星
강남의 장사꾼은 사투리를 조잘대면서 / 江南賈客語侏離
날리는 반딧불처럼 진퇴를 경쾌히 하지 / 進退輕捷風中螢
신라의 처용은 칠보를 몸에 장식하고 / 新羅處容帶七寶
꽃가지 머리에 꽂아 향 이슬 떨어질 제 / 花枝壓頭香露零
긴 소매 천천히 돌려 태평무를 추는데 / 低回長袖舞太平
발갛게 취한 뺨은 술이 아직 안 깬 듯하고 / 醉臉爛赤猶未醒
황견은 방아를 찧고 용은 여의주 다퉈라 / 黃犬踏碓龍爭珠
춤추는 온갖 짐승이 요 임금 뜰 같고말고. / 蹌蹌百獸如堯庭
군왕은 팔각전에 장엄하게 임어하시고 / 君王端拱八角殿
신하들이 군왕 병풍 에워 시립한 가운데 / 群臣侍立圍疎屛
시중이 술잔 들어서 만세를 축수하리니 / 侍中稱觴上萬歲
다행하여라 신들이 천재지회 만났음이여 / 幸哉臣等逢千齡
원컨대 해동 천자의 고악부 가운데 / 海東天子古樂府
내 노래 한 장 이어서 역사에 전했으면 / 願繼一章傳汗靑
병든 몸 힘이 없어 조반에도 못 나간 채 / 病餘無力阻趨班
온종일 찢어진 창에 바람만 썰렁하구려 / 破窓盡日風冷冷

 

구나행 출처 : 한국고전DB자료 인용

 

 

 

 관나암觀儺岩입니다.

이곳에서 거행하는 구나의식을 보았다고 하는 바위입니다.

휘호는 이원조 "탐라지초본"에는 영천사 고승이 썼다고 전해온다 하였습니다

 

 관나암觀儺岩

 

 저기 저 앞에 좌측 나무 아래로 보이는 암석이 바로 관나암입니다.

 

 강령탈춤에 등장하는 남극노인(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탈입니다.

 

해주가면극에  등장하는 남주노인/남극노인(국립민속박물관 소장) 탈입니다.

 

 무병장수의 별 남극노인성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남극노인성이 그려져 있는 고구려고분(덕흥리 고분)

 새위에 그려진 둥그런 빨간 원이 노인성 별(커노푸스)입니다.

 

 

 

 

 

'노인성·카노푸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의 성군 정조 임금과 남극노인성  (0) 2016.05.15
남극노인성  (0) 2016.05.15
별 해설사  (0) 2016.04.11
성인과 노인성  (0) 2016.04.11
수향 서귀포  (0) 2016.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