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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택-칼럼 제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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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相民 윤봉택 2022. 5. 1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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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금 제주올레에서는

 

 

  •  입력 2021.08.22 12:08
 윤봉택 시인·(사)탐라문화유산보존회장

지난 4월 마지막 주부터 제주올레를 걷기 시작했다. 주 1회 거르지 않고 매주 한 코스씩을 완주하며 올레마다 스민 문화 흔적을 살피고, 탐라의 얼도 느끼면서 건강을 다지기 위함이다. 하여 지금 샘으로는 걸어질 때까지는 매주 걸으려고 한다.

이렇게 걷다 섬에서 섬을 바라보면 문득 섬이 아니라 대륙이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유월 염천에 조팟 검질 매는 삼촌부터 바다 깊은 곳까지 숨비질 하는 우리 ???녜 누님 숨결에 이르기까지 그 삶 자체가 탐라문화의 원형 아님이 없다.

 

올레를 걸으며 가장 지꺼질 때는 그 동네 어르신들을 만나 삶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그리고 다 사라져 버린 것으로만 알고 있었던 우잣담 넘어 제주 초가지붕 원형을 만날 때이다. 그 마당으로 들어서면 어렸을 때 잔영이 되살아 온다. 무뚱 건너 마루에 서면 상모루 상량문이 보이고, 1970년대 전기 배선이 정겹다. 생활 공간 안방과 정지와 살레 고팡, 그리고 부부만을 위한 사랑방 문 고리에 묻어 있는 굴묵 쇠똥 그을음이 향기롭다.

 

다시 올레로 나오면 시대를 달리하며 쌓은 올렛담이 역사 현장이 되고, 어렸을 때 자치기·물타기를 하던 죽마고우들이 잰걸음으로 되돌아온다. 좀 더 가면 갯겨시를 중심으로 에두른 환해장성의 잣담 고망으로 투영되는 물마루와 무너져 내렸어도 결코 흩어지지 않은 질기디질긴 그물코 같은 강인함을 느낀다. 포구마다 뱃길 지키는 도댓불이 서 있고, 밧담 건너로 불어오는 제주 바람이 싱그럽기만 하다. 

 

제주속담에 "동네 심방 안 알아주고, 동네 정시 내무린다,"고 했다. 의무도 권장 사항도 아니지만, 얘기하다 보면 아직도 백록담을 가보지 못한 한량이 있고, 올레를 걷지 못한 분들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올레는 뭍 사람이 더 많이 걷는다. 한달살이하러 오시는 분들은 제주올레 전 코스 완주하는 것을 제일 목표로 여긴다. 이쯤에서 해외에서는 광적인 수준이다. 얼마 전 제주올레가 아시아권역에서는 처음으로 영국 아웃도어 여행잡지 '액티브 트래블러 매거진'이 선정한 세계 10대 해안 트레일로 발표되었다. 2007년 개장 이래 전체 26코스 425km, 선정 이유는 '보물섬 제주도에서 왕관의 보석과 같은 길'이기 때문이라 했다.

 

탐라인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문전신앙, 세상의 모든 길은 올레에서 시작된다. 문을 열면 집과 바깥세상을 연결하는 게 바로 올레이다. 올레에서 질레로 나가고 질레에서 다시 한질레로 통하게 되어 모든 게 올레 아님이 없다.

 

때문에 바람에는 바람의 길, 물에는 수로, 바다에는 해로, 하늘에는 항공로, 행성이나 혜성의 움직임에도 궤도가 없이는 한치도 움직일 수 없다. 이렇듯 사람에게 있어 올레는 삶의 궤적이자 미래의 GPS이다.

 

따라서 제주올레는 탐라 섬의 동맥과도 같다. 올레를 걷는다는 것은 자신과 탐라 섬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걸으면서 탐라의 멋과 보석 같은 자연의 조화로움, 그리고 아름다운 제주인의 삶의 흔적을 구석구석에서 오고생이 느낄 수 있다. 같은 사물을 놓고서도 제주목·정의현·대정현이 다르다. 제주목에서는 동목안·서목안의 문화 차이를 마을 올레와 건축·올렛담에서 감지가 된다. 그리고 정의현·대정현에서는 언어의 질감과 물때에서 문화의 차이를 알 수 있다.

 

이처럼 제주의 질레마다 아름다운 질(길) 아님이 없지만, 질과 질을 연결하는 제주올레는 자연과 바람과 사람이 빚어낸 보석이 아닌가 싶다. 이 보석 같은 제주의 올레를 세계올레로 빚어낸 제주여인 서명숙 님이 자랑스럽고, 지금, 이 순간에도 올레 코스마다 안내를 하고 환경을 가꾸는 모든 분이 있어 고맙다.

 윤봉택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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