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보도자료

윤봉택-칼럼 제민일보 5

相民 윤봉택 2022. 5. 17. 08:16

[아침을 열며] 왜 개발뿐인가?

  •  입력 2022.02.20 14:22

윤봉택 시인·사)탐라문화유산보존회 이사장

이제는 놔두고 그만 개발했으면 좋겠다. 우리만 사는 게 아니라, 우리 후손이 살아야 할 터전인데, 요즘 대통령도 그렇고 도지사도 그렇고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마다 개발만이 만능인 줄로 알고 개발 계획이 화려하다. 


정치를 하려는 이들이 아직도 치산치수(治山治水)가 산이나 물을 잘 다스리는 거라고 의미를 둔다면 이는 함량 미달이 아닌가 싶다. 봉건시대에는 그게 정답인지 몰라도 세계화 시대의 치산치수는 자연으로의 치유를 의미한다고 본다.

 

1960년대 어느 대통령 후보의 '배고파 못 살겠다 죽기 전에 살길 찾자.'라는 선거 구호가 있었다. 당시에는 한집 식구가 7~8명이 대부분이었던 시절이다. 헌데 지금은 오히려 결혼을 기피하고 혼자 사는 독신이 점차 많아지고 아이를 낳지 않은 부부들이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욕심으로 얼룩진 시대의 삶에 있어 조건 만족이란 요원하겠지만, 그래도 개발이 정답은 아니다.

뭍에서 탐라 섬으로 휴식하러 오는 이들의 공통적인 제주에 대한 소감은 "전에 왔을 때 보다 너무 개발되어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왜 이렇게 개발했느냐. 제주 해안선이 매일 시장 같다. 신제주에 그 고층 빌딩은 뭐냐. 서귀포 신시가지 아파트가 왜 갑자기 고층으로 변했느냐. 골목마다 무슨 카페가 한 집 건너 하나냐. 이제 제주도가 싫다."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곶자왈 지대에 골프장을 비롯 골프텔 등 각종 개발은 다 허가해 주고 나서 마지못해 다시 곶자왈을 보전한다며 곶자왈 사유림을 매입하는 행정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지, 천혜의 이름다운 해안선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환경 보존하겠다는 정책을 어떻게 신뢰하여야 할지.

오는 사람 막지는 못하겠지만, 먹고 남기고 버리고 떠난 자리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제주도민의 몫이라면, 제주도를 쓰레기 섬으로 남길 계획이 아니라면, 이미 벌써 그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지불하게 했었어야 하는 게 도리가 아니었나.

 

섬이라는 특수성과 그 천혜의 환경을 이용만 하고 그에 대해 부담해야 할 자신의 몫을 외면한다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에 굴복하여 지금껏 미루고 있는 것인지, 그런 권한 행사하라고 제주도를 특별자치도로 승격된 게 아니었나. 그런데 도정·의정은 뭐 하고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들에게 권한다. 임기 4년 동안 오고생이 환경 보전에만 전력하였으면 좋겠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더 이상 개발에 목매지 말자. 개발로 인하여 파괴되는 게 자연 생태계만이 아니다. 탐라 문화유산으로 길이 전승되어야 할 소중한 문화 공동체까지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일례로 그동안 도정은 골프장 개발도 모자라 골프텔까지 허가하여 많은 환경이 파괴되고 있음을 자성해야 한다. 이에 따라 개발 부서를 축소하고 환경 부서를 확대하여 체계적인 환경 보전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해안마다 중국발 괭생이모자반과 구멍갈파래로 몸살 하는 해안선을 깨끗이 하고, 바람으로 밀려오는 각종 해양 쓰레기를 연중 수거하는 노력이 선결되어야 한다. 물론 노력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한 성과가 없는 것은 충분한 예산 뒷받침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특별자도라면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필요한지, 임기 중에 개발로 한 건 치적하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위이다. 개발보다는 보전을, 제주의 유산을 올곧게 지키고 활용하려는 후보의 모습을 기대한다.

 윤봉택 webmaster@je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