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섬의 풀꽃낭

한라산 둘레길

相民 윤봉택 2023. 9. 17. 18:32

 미리 걸어보는 한라산 둘레길

송고시간2011-04-22 09:34

 

<르포> 미리 걸어보는 한라산 둘레길 | 연합뉴스 (yna.co.kr)

 
 
Play
Current Time0:00
/
Duration Time0:00
Loaded: 0%
Progress: 0%
0:00
Fullscreen
 
00:00
Mute

일제 강점기 수탈의 역사 간직한 현장 동백숲 유혹하고 편백 향기 코를 찔러

(서귀포=연합뉴스) 김지선 기자 = 한라산 해발 600∼800m의 국유림 일대를 둘러싼 환상(環狀)의 숲길을 걸으며 속살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둘레길이 만들어졌다.

제주도는 지난해 전체 길이 80㎞의 '한라산 둘레길' 조성에 들어가 1단계로 서귀포자연휴양림 인근의 법정사에서 서귀포시 돈내코에 이르는 9㎞ 구간에 대한 사업을 최근 마무리했다.

 

둘레길 개장을 일주일 앞둔 21일 '동백길'로 이름 붙여진 이 한라산 숲길을 미리 둘러봤다.

ADVERTISEMENT

한라산 1100도로에 1.8㎞ 떨어진 서귀포시 하원동 법정사에서 출발해 몇 걸음 걸으니 '무오법정사 항일운동탑'이 한눈에 들어왔다. 무오법정사 항일운동은 기미년(1919년) 3.1운동보다 5개월 먼저 일어난 도내 최초·최대의 항일운동이자 1910년대 종교계가 일으킨 전국 최대 규모의 무장 항일운동이다.

법정사 안 의열사 옆으로 난 길로 들어서자 나무에 달린 '환상숲길 제1구간 동백길'이란 빨간색 리본이 탐방객들을 반겼다. 크고 작은 동백나무로 이뤄진 울창한 숲길은 3㎞ 가까이 이어졌다. 동백꽃은 거의 지고 없지만, 어디선가 들려오는 동박새의 울음소리가 경쾌하게 귓전을 울렸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고 길의 형태가 비교적 선명한 둘레길엔 여러 개의 건천이 가로놓여 있어 혹여 단조로울 수 있는 숲길을 풍성하게 했다.

 

둘레길은 산림 휴양과 생태 체험을 겸한 공간이자 일제 강점기와 제주4.3사건의 아픈 역사를 배우는 학습장이기도 했다.

 

일제가 한라산의 울창한 산림과 표고버섯을 수탈하려고 만든 병참로(일명 하치마키 도로)를 활용해 길을 만든 만큼 곳곳에 평탄하게 돌을 깐 흔적이 남아 있었다.

김창조 제주도 산림정책담당은 "한라산이 머리띠를 두른 형상인 병참로는 일제에 동원됐던 도민들의 피와 땀, 눈물이 고스란히 서려 있다"고 설명했다.

 

화전민이 구웠던 숯가마 터를 지나 표고재배장(3.1㎞)에 도착하자 버섯재배용 '골목'인 서어나무 구멍 사이로 표고버섯이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4ㆍ3사건 당시 군경 토벌대와 무장대가 주둔했던 터 역시 '통시'(변소) 등 흔적이 남아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적송은 마치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했다. 혈액순환 등의 효능이 있어 의약과 화장품 원료로

최근 주목받는 황칠나무 군락지를 지나자 이번엔 아름드리 붉가시나무가 무리지어 탐방객을 맞았다.

강정천 등 4개의 하천 중 마지막인 악근천 상류 계곡에서 바라보는 시오름은 이 구간의 백미였다. 오랜 시간 둘레길을 걸어온 탐방객들은 시야가 탁 트이는 장관을 만나 잠시 여행의 피로감을 잊기에 충분했다.

 

둘레길 마지막에서 만나는 편백나무숲은 은근하고 독특한 향기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1930년대 심어진 것으로 알려진 편백나무는 쭉쭉 뻗어오른 품새가 무척 씩씩했다. 천연항생제인 피톤치드를 국내 수종 중 가장 많이 생산하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이외에도 둘레길 곳곳에 졸참나무, 서어나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제주에만 분포하는 특산식물인 솔비나무 등 한라산의 대표적인 난대식물이 다양하게 자리잡고 있어 자연학습장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길은 돈내코까지 이어지지만, 탐방객들은 일단 시오름(5.5㎞)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돈내코로 가는 길이 난대산림연구소 시험림이기 때문이다.

 

이 길은 앞으로 연구소와의 협의를 거쳐 부분개장될 예정이라고 한다. 길이 끊기는 지점에서 차가 다니는 1115번 도로까지 가는 길(2.2㎞)도 걷기에 결코 만만치 않았다.

 

1구간을 걷는데 2시간30분∼3시간이 소요된다고 알려지지만, 취재를 하며 시간을 지체한 때문인지 5시간 이상이 걸렸다.

 

중간 중간 빨간색 리본이 매달려 있고, 나무와 나무를 연결한 흰색 밧줄을 따라가면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적었다. 그러나 아직 표지판과 안내판이 부족하고 일단 길에 들어서면 마땅한 쉼터나 화장실이 없어 불편함도 있었다. 특히 바닥의 돌부리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고 주위 경관을 감상하려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였다.

 

둘레길에서 만난 고부금(62.여.서귀포시)씨는 "햇볕과 그늘, 오르막과 내리막이 적당하고, 계단이 없어 운동코스로도 적격인 환상의 길"이라며 "여름엔 숲이 울창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둘레길을 탐방한 한라산연구소 양영환 식물자원과장은 "옛 도로 또는 밭에 출입하던 길을 이용 했기 때문에 산림 훼손은 거의 0%에 가깝게, 자연 그대로의 길을 만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편, 둘레길 1구간 개통식 행사는

오는2011. 4월 29일 오전 10시30분

산림청 홍보대사인 도종환 시인과

개그맨 이용식씨 등이 참가한 가운데 무오법정사 부지에서 열린다.

sunny10@yna.co.kr

'탐라섬의 풀꽃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란 小蘭  (1) 2024.04.19
황금연꽃바나나  (0) 2022.08.31
멩게낭  (0) 2016.08.05
취나물 사랑  (0) 2016.07.10
황근  (0) 201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