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길손(나의 시)

4.3 별곡

相民 윤봉택 2024. 3. 31. 13:36

 

시사랑 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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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김관후 작가의 시(詩)로 읽는 4·3] (49)4·3별곡(윤봉택) - 한라일보 (ihalla.com)

 

유튜  (3) 4 3 별곡 - YouTube

 

 
 
4.3 별곡
  -4·3사건에 강정 마을에서는 90여 명이 희생되었다





오널이 그날,

잃어버린 아침이다

산에 갔던 사람
산으로 가던 사람
산을 바라보던 사람들
집에 있던 사람
집으로 가던 사람
집을 찾아 가던 사람들까지도
잃어버린 날



뜨는 해, 지는 해가 두려웠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산으로 강 조카
바당으로 가민 조카
드르팥으로 강 조카
이녁집 놔더덩 놈이 산 올래
축산이 되어 기웃거리멍


호곤 살아 보젠 허멍 허던
恨 시절



나 설운 애기야 니넨 고라도 모른다
그날 순찰 나갔던 하늘 같은 낭군
죽창에 찔리우고 가을
우리 올래로 건너오신 나 설운 어멍
사남매 놓아 키우시더니, 이젠
고라도 될 거주
말해였젠 허영 누게 왕 잡아가켄 허민
잡아가렌 허주



왼쪽 오른쪽은 알아도
좌·우익이 미싱건지는 이제도 모른 채
한恨 세월 그늘로 그림자 지켜 오신 어머니
이젠 고라도 될 테주
아흔에 성도 이름도 흩어진 뭍의 사람 하나
그게 4·3폭동이 아니고, 4·3 큰일이었음을
말할 수 있었던 날은
일만 사천 육백일이 지난 후였습니다
폭도 새끼, 총살자, 밀고자, 밀항시킨 놈의 멍에 지고
늦가슬 보리밭 갈 듯 갈아 온 40년
아흔 중에 군인과 순사들의 총 칼에
죽은 사람이 여든 다섯이 넘었습니다



할락산 쳐다본 것이 죄가 되었습니다
늦은 걸음으로 나온 것이 죄
유채밭 돌아 보고 온 것이 죄
드르팥이 갔다 온게 죄
모이라 해서 모인 것이 죄
나제 순사 모시완 문 잠근 게 죄
밤에 산사름덜 모시완 문 잠근 게 죄
보리 고시락 태와분 게 죄
바당에 갔다 온 게 죄가 되던 시절 
총·죽창으로 죽은 사람
큰내로 가서 죽은 사람
구럼비 바당으로 가서 죽은 사람
솔 혼 됫박으로 목숨 빌고
통시 아래서 반 년을 기다린 사람



시월 스무날 서른 두 사람
그 날, 천자문 명심보감 사서 삼경 배우던
향사 마당에선 손짓 하나로
이승과 저승길이 갈라섰습니다
죄가 있었다면 무었이었을까
처음 묶여 본 포승에 줄 줄 줄 32명
덧내동산 바라보이는 곳
아-으
총성이 끝나도 쳐다볼 수가 없었습니다
땅도 긁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라백관 삼천백맥도 옥황상제 대명왕 강정 본향 대신大神님
강정본향江汀本鄕만 위하지 마소서
자광사慈光寺 대웅전 천수천안관세음보살님
이 모슬도 좀 살펴 주소서
교회 예배당 안 예수님
성도덜만이 아니라 이 모슬 사람덜도 지켜 주소서



죽어 있음이 편안하였던 시절
이제 다시 살아 있음이
죄가 되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침묵 후에 말하려 하는 것은
그날의 고자질, 아픔, 총칼, 죽창이 아닙니다
묘비명 없이 시방도 저승 길을 가고 계실
나 설운님들에게 이승의 우리 이름으로
떠날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일만 사천 육백일 동안 비겁하였던 거짓을
참회하려 함입니다
오 그리하여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되게 하려 함입니다



이제사 그가 누구였음을
호꼼 알 것 같다
우리 모슬에 무사 돌하르방이
없는가를
봄이 되어도 두터운 옷 입어
드르팥이서 떨며 검질매던
나 설운 어멍들
쇠비름 검질 마디 마디마다  골갱이질 허며
돌팥 위에 삭혔던 이유
섬에서도 가장 따뜻하여 유채꽃이
먼저 피는 마을
시방도 그날 그 형장에는
붉은 돌이 돌담을 이루며
이 모슬에 불어오는 바람
막아 주고 있음을




* 강정 : 시인의 마을. 조카 : 좋을 것인가.  * 드르팥 : 들에 있는 밭.  놔더덩 : 놔두고서. 
* 올래 : 골목 입구. * 축산이 : 죽어서도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떠도는 영혼.
* 호곤 : 어떻게 해서라도. * 고라도 : 애기해도. * 미싱건지 : 무엇인지.
* 일만 사천 육백일 : 1948년 4·3에 대한 진실은 사길상 연좌제에 의해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음. 1988년부터 용감한 시민들에 의해 하나 둘 4·3이 밝혀지고 있으니, 실로 40년 만의 일이다.
* 늦가슬 : 늦가을. * 할락산 : 한라산. * 나제 : 낮에.  * 모시완 : 무서워서.
* 고바분 : 숨어 버린. * 고시락 : 보리 탁곡 후 남은 겨. * 바당 : 바다. * 큰내 : 강정천.
* 구럼비 : 강정 마을 논 지명. * 통시 : 돼지 우리.
* 시월 스무날 : 4·3사건 후 가장 많이 죽은 날(32명이 총살형 당함).
* 덧내동산 : 강정 마을 지명. * 강정 본향 : 강정 마을에 있는 당(堂) * 모슬 : 마을.
*호꼼 : 조금.  무사 : 왜.   *검질 : 잡초. * 골갱이 : 호미
                                                               (한민족방언시 제2집,‘94)

 

4 · 3 사건은 1948년 4월 3일 탐라섬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사건입니다.

아직도 그날에 대하여는 정확하게 알려진 진실이 없습니다. 작게는 5만명, 많게는 몇 만명이

살해 당했는지 시방도 그 숫자를 헤아리고 있습니다.

 

 저가 사는 강정마을에서만 하여도 90여명이 살해 당했습니다.

 저는  4 · 3 때문에 태어났습니다.

 

 우리 어머님께서  4 · 3에 남편을 여의시고 난 후 우리 아버님을 만나서

리 4남매를 낳아 키워주셨으니까요.

 이 졸시는 저의 어머님 생전에 저에게 구술하여주신 내용은 정리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4 · 3에 희생되신 모든 분들께 삼가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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