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따라서

성전암

相民 윤봉택 2024. 8. 26. 13:48

2008. 5. 21.

 

성전암입니다.

 

성전암은 대구 팔공산 파계사에 딸린 산내 암자로서

마치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와

알을 품는 듯한

2부 능선에 세워져 있습니다.

 

지난 5월 21일

인연의 길을 따라 파계사를 지나

대비암을 거쳐

 

저녁 산길 따라

성전암을 찾았습니다.

 

오래 전,

근대사의 고승인 성철(1912~1993) 해인총림 방장 큰스님께서

8년여 동안 산문을 걸어 잠그시고

정전에 서 있는

전나무처럼

용맹정진하셨던 장좌불와의 수행처,

 

지난해 불의의 인연으로

덫난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어

가슴 저미게 하는 곳,

 

많은 불자들의 깊은 인연으로

이른 시간에 복원되어

그날의 불연으로 뭇 중생들의 안심입명처가 되어 주시길

소원하여 봅니다.

 

 

어리석은 반연 위한다고

오늘 따라 미련스러이 점심(點心)을 넘겨 선,

내 반연 더불어

가까이로 다가서는 성전암 가는 길  

 

 

 성전암 현판입니다. 

 

 

현응선림 

 

 

성전암의 금당인 관음전입니다.

마치 제비가 알을 품은 듯한 명소에 자리를 하였습니다.

 

전면 3칸 겹처마 맛배지붕으로 빚어진 관음전

전면 기둥에는

임제스님의 게송 한 구절이 주련으로 기대어 있습니다.

 

이 게송은 희수화상광록(希叟和尚廣錄)권 5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臨濟云。舉。世尊拈花。迦葉微笑。

임제선사께서 이르시데, 세존이 꽃을 들어 보이시자 가섭만 홀로 미소를 지었는데 이는 무엇인가 ?

 

霜風括地掃枯荄。서리 바람은 땅을 감싸며 마른 나무 풀뿌리를 쓸어내리는데,

誰覺東君令已回。누가 홀로 깨달아 봄 오는 소식을 멈추게 하리오.

唯有嶺梅曾漏洩。오직 동산의 매화만이 그 소식을 먼저 알아

一枝先向雪中開。홀로 설한풍에 마음을 열어 가는 소식이로다.

 

 관음전 현판

 

 

성전암의 바람을 알리는

풍경 하나, 

 

 

 관음전 내부

 

상단에 모셔진 관세음보살입상 

 

 

 법당 내부

 

요사와 현응선림

지난해의 덫난 그림자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많은 불자들의 관심으로 속히 복원되기를

기원합니다.

 

 

 성전암의 현응선림

 

주련에는 오래전 무착대사와 문수보살의 법담을 노래한 게송이 담겨 있습니다.

 

千峯盤窟色如籃 / 천 봉우리 깊은 골짜기 쪽빛 같이 푸르른데

誰謂文殊是對談 / 그 누가 말하리오 문수보살을 만나 이야기 했다고

敢笑淸凉多少衆 / 참으로 우습고나, 무착아 ! 청량산 대중이 몇이냐고 물으니

前三三與後三三 / 전삼삼 후삼삼이라 말할 수 밖에 없음이여

 

<벽암록(碧巖錄)>에 이르기를,

무착(無着)이 오대산에 갔을 때 일이다,

길을 잃어 곤경에 빠졌는데 마침 절이 눈에 띄어 거기서 잤다.

이 절은 문수보살이 신통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으나, 무착은 알 턱이 없었다.

이튿날 문수보살이 물었다.

“어디서 오시는 길이오?”

“남방에서 옵니다.”

“그래 그 곳 불법은 어떻습니까?”

“말법 비구들이라 계율을 잘 안 지킵니다.”

“스님의 수효는 얼마나 되는가요?”

“절에 따라 많기도 하고 적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무착이 묻는다.

“이곳의 불교는 어떤가요?”

“범성(凡聖)이 동거하고 용사(龍蛇)가 뒤섞였지요.”

“수효는 얼마나 되나요?”

“전삼삼(前三三) 후삼삼(後三三)!”

 

 

 성전암이 어디에 있는가.

 

 

그대 성전암의 진면목을 보시려거든

저 물 한모금 마시고

저녁 해를 돋구시게나 

 

 

성전암 현응선림 모연문입니다. 

 

 

그날

철스님께서는 이곳에서 

정전의 전나무를 바라보시면서

8년의 장좌불와를 하셨습니다.

 

 

 

  가는 길

  떠남도 없었는 데,

  그대 어느 길로 가시려 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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