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바람, 섬 풍경

꿩 부부의 목욕

相民 윤봉택 2016. 6. 22. 08:05

  2016. 6. 10.

 

  꿩 목욕

 

  날이 좋아

  날이 너무 화창하여

  삼소굴 앞 뜨락으로 나들이 온

  꿩 부부가 유월 햇볕 쪼으며 먹이 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기를 10여분 어디로 가셨나 했더니

  꿩 부부가 삼소굴 뒤 뜨락 우영팟(채마전)에서

  한바탕 목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장꿩(장끼의 제주어)이 먼저 망을 보는데,

  북쪽만 바라 봅니다.

  남쪽에서 바라보는 저에게는 시선 조차 주지 않습니다.

 

  남편 장꿩이 망을 보는 동안

  암꿩(까투리의 제주어)은 저 홀로

  평편하고 땅 위에 보드라운 흙이 있는 곳을 골라서

 

   땅을 7cm정도 깊이(?)로 파서 작은 구덩이를 만들고  

   그 흙을 이용하여 온 몸으로 뒹글며

   신나게 목욕을 합니다.

 

   저 하고의 거리는 불과 10여m 인데,

   눈길 한번 주지 않으니, 이 또한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장꿩(장끼의 제주어)이 아내 암꿩(까투리의 제주어)과 같이

 유월 햇살 나들이를 나와서 부지런하게 삼소굴 뜨락을 거닐고 있습니다. 

 

 장끼는 아내 까투리가 열심히 먹이 사냥을 할 수 있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주변 경계에 여념이 없는 듯, 아내를 위하는 배려심이 애틋합니다.

 

 장끼가 망을 보다가 기척을 느꼈는지 날개를 추스리며 한껏 긴장을 하는데, 까투리는 천하태평입니다. 

 

 장끼가 안심하나 봅니다. 잠시 느낀 경계심은 삼소굴 주인 발자국인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목욕하러 가야지요 많이 먹었으니까. 

 

 어느새 삼소굴 뒤 뜨락 우영팟(채마전의 제주어)으로

 장소를 옮겨 까투리가 먼저 일광욕을 합니다.

 

평편한 땅 위, 보드라운 흙이 있는 곳을 골라, 작은 구덩이를 한 7cm 정도 깊이로 파고 나서,

그 흙을 날개를 퍼덕이며 온 몸에 끼 얹으며 신나게 목욕을 합니다. 

 

 뒤집어 졌다가 바로 앉았다를 계속 반복합니다.

 

 삼소굴 뜨락에는 이러한 꿩 목욕탕(구덩이)이 네 개나 됩니다.

 헌데 오늘은 금새 태어난 아가들 양육하느라 지쳤는지, 꿩 부부만 오붓하게 나들이를 나왔나 봅니다.

 

여전히 장끼는 까투리가 목욕 마칠 때 까지 이렇게 한 켠에서 망을 봅니다.

 

 아직도 까투리는 목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하기사 사람도 남여 목욕 시간이 다르 듯, 꿩 부부 또한 그런가 봅니다.

 

 꿩 가족들이 한꺼번에 목욕할 수 있도록 목욕 구덩이를 하나도 아니고 네 개나 만들어 놓았습니다. 

 

 제1목욕탕.

 요즘 서귀포 날씨가 사흘이 멀다하고 잦은 비가 나리는데도, 꿩들은 그래도 목욕이 즐거운가 봅니다.

 하기사 사람들도 그렇지요. 목욕하면서 다투지는 않거든요.

 

 제2목욕탕

 

 제3목욕탕. 금방 목욕을 마치고 가셨는지, 꿩 발자국이 새록합니다. 

 

  제4목목탕은 분명 꿩 아가들의 목욕탕인 듯 합니다. 발자국들이 선명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춥고 깊은 겨울 눈이 많이 나리면, 꿩 가족들은 또 다시 지난 겨울 폭설 때 처럼, 처마 밑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섬 바람, 섬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각남수과-1  (0) 2017.07.13
옥가리초집짓는소리  (0) 2016.10.18
마의도인  (0) 2015.08.01
달을 품은 하얀사슴  (0) 2015.08.01
솔동산사람들  (0) 201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