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앓이

서귀포칠십리시공원

相民 윤봉택 2021. 5. 22. 18:14

서귀포시공원

서귀포칠십리시공원

 

서귀포칠십리시공원 부지 조성은 

 

2002년 제15호 태풍 루사 피해로 천지연폭포 좌측 절벽 하부 일부가 유실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문화재청에서 태풍피해 긴급 복구비 19억원을 서귀포시에 지원하였다.

문화재  부서에서는 19억원을 남성마을 도로 중심 동쪽 지역을 매입하여 유실을 방지하는 계획을 세웠고

 

서귀포시 재난 부서에서는 이를 근거로

구 라이온즈관광호텔 부지(서귀동 845번지 등)와 이곳 서홍동(남성마을 도로 동쪽)을 재해 위험지구로 지정하여,

문화재 부서와 같이 사유지를 매입하여 재해위험 요소를 제거하면서, 매입 부지 전체를 공원화 하였다.

 

이 과정에서 2007년 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이 마무리되자

 2007. 10. 18일 서귀포시청(문화예술과)로부터

서귀포시를 주제로 한 시비·노래비 공원을 알걸매조성하여

예향의 도시로서의 면모를 살리고 애향심 고취 및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시를 추천하여 달라는 요청을 서귀포문인협회(지부장 오승철 시조시인)에서 받고,

그 숭고한 뜻을 높이 세기면서, 아래와 같이 시비공원 게재용 시를 추천키로 결정하였다.

 

(시조) 추천위원으로는

등단하신지 30년 이상 되는

서귀포시단의 원로이신 한기팔·정인수·강통원·김용길과

15년 이상 되는 중견시인 강문신·윤봉택,(간사 윤봉택 시인)

그리고 오승철지부장 등 7인이 협의 하에 엄선하였다.

 

1차 작품 수집은 2007. 11. 2일 부터 정군칠·허은호·강영란 시인이 담당하였는데,

 

 (시조)를 추천함에 있어

먼저 위 7인이 도내 외 시인 가운데 등단한지 30년 이상 되고,

문단의 명망 있는 시인의 작품 중 서귀포시를 주제로 한 작품 가운데,

기 발표된 작품으로 한정하였다.

 

등단한지 30년 이상되었으나,

또는 時調가 아닌 평론·소설로 등단하여 詩作 활동을 하고 시집을 발간한 사례가 있다하여도 그러한 문인들은 제외시키기로 하였다.

 

위의 기준에 의하여 11월 6일  작가 11편을 선정한 결과 50편이 발굴되었다.

 

12월 14일 문협에서 선정위원회를 통하여 37편으로 선정하였다.

 

이후 12월 26일 서귀포시가 제시한 예산에 맞게

시 13편, 노래 2편(음악협회 자문)을 최종 선정하였다. 

 

시비 제작 시, 글씨는 저명한 서예가에게 위촉하고, 작품은 작가의 동의와 작품료(편당 일십만원)를 지급하고게재작품집 발간을 요청키로 하였다.

 

시는 시비 전면에 세기고, 시비 후면에는 아래와 같이 작가의 약력을 기재하도록 요청키로 하였다.

예시

김춘수, 경상남도 통영 생(1922~2004), 1946. 사화집 애가로 등단.

정지용, 충청북도 옥천 생(1902~1950), 1926. 학조 카페프란스;로 등단.

 

12 26일 위원 전체 현장을 답사하면서, 

작품 내용에 따라 시비 건립 예정지 동선을 정하여 현재 시비를 세웠고,

2008. 12. 6. “서귀포칠십리시공원 시비를 제막 개장하게 되었다.

2008. 12. 6. 서귀포칠십리시공원 제막식 행사

서귀포칠십리 시공원 제막식

2021. 5. 22일 현황

 

희미해진 글자 따라 바람이 인다.

 

이중섭 · 2

 

                           김 춘 수

 

아내는 두 번이나

마굿간에서 아이를 낳고

지금 아내의 모발은 구름 위에 있다.

봄은 가고

바람은 평양에서도 동경에서도

불어오지 않는다.

바람은 울면서 지금

서귀포의 남쪽을 불고 있다.

서귀포의 남쪽

아내가 두고 간 바다,

게 한 마리 눈물 흘리며, 마굿간에서 난

두 아이를 달래고 있다.

 

김춘수(1922~2004)

1922년 경상남도 통영(統營) 출생. 경기중학교를 마치고 니혼대학日本大學예술과를 중퇴, 1946년 해방 1주년기념시화집 날개에 시 <애가(哀歌)>를 발표하여 작품활동을 시작하였고 대구에서 발행된 동인지 죽순(竹筍)에 참가하였다. 48년 시집 구름과 장미로 등단하여 사상계》 《현대문학등에 작품을 발표하였다. 초기에는 R.M.릴케의 영향을 받은 시를 썼으나 50년 이후부터는 이른바 의미의 시를 쓰기 시작했다.

경북대학교 교수와 예술원회원·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다. 주요작품으로 김춘수시집(1982)》 《(1950)》 《꽃의 소묘(1959)》 《처용 이후(1982)등의 시집과 의미와 무의미(1982)등의 시론집이 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1

                                                   강 통 원

 

濟州 사람들에겐

이어도이 있다.

제주에 이 없으므로

과 바다를 운명처럼 바라보고

水平線을 꿈처럼 바라보며

삶과 생명의 둘레를 가늠해 보며 살아 왔다.

이 있다면

은 꿈을 좇는 길이므로

강물을 따라 상류와 하류로

大陸에서 대륙으로 꿈을 찾아 가기도 할 것을.

하지만 제주에는

오로지 바다와 수평선이

생명의 한계처럼 가로 놓여 있을 뿐이므로

濟州 사람들에게는

바다가 꿈을 좇는 길이며

水平線이 꿈을 찾는 길이 되어

꿈에도 서린 이어도의 꿈길을 간다.

 

 

강통원(1935~2016 )

제주 서귀포시 출생, 1977<<시문학>>에 시 <일요일>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78년 시집 <무적> 출간 1989년 시집 <상류와 하류>.

 

마라도

 

양 중 해

 

물결 소리만

갈매기 우는 소리만.

 

강남 가는 철새가

마지막으로 죽지를 쉬고 가는

 

남쪽 하늘 다한

조국 땅의 끝.

 

밀물이 밀려 오면 썰물이 가고

썰물이 내려 가면 밀물이 오는 것을,

 

오면 가지 말아

가면 오지 말아

 

그 이름 그 전설이

너무 고와 슬픈 섬.

 

낮에는 흰 구름

아득한 돛배.

 

잠 못 이루는 밤은

등댓불 밝혀 놓고

 

어디

개 짖는 소리도 없이.

 

물결 소리만

갈매기 우는 소리만.

 

 

양중해(1927~2007)

제주출생, 1959<사상계>에 시 <그늘>, <현대문학>에 시<슬픈 천사>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63년 시집 <파도(波濤)>1992. 한라별곡.

 

海洋詩抄

                                      정 한 모

 

4. 海女

 

나물을 캐러 가는 少女들처럼

저자를 보러 가는 아주머니처럼

그렇게들 걸어나간다

 

밋밋한 아랫도리

가벼운 걸음

 

西로 비낀 해를 안고

바다로 들어가는 연인들

바다에 들면

아늑한 보금자리리

나래 돋힌

물 얻은

물고기

퇴악처럼 둥근

꿈은

물 위에 띄워 놓고

 

밑바닥

보랏빛 바다

움켜 잡으며 잡으며

파도소리 속

숨이차고

 

생활은 물옷같이

한 구멍일지라도

휘이 휘이이

휘파람 불면

 

물새처럼 열리는

가벼운

가슴

 

나물을 캐러 가는 少女들처럼

저자를 보러 가는 아주머니처럼

그렇게들 바다로 걸어 나간다

 

정한모(1923~1991)

1923년 충남 부여 출생, 1945년 동인지백맥(白脈)에 시 귀향시편(歸鄕詩篇)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 이어 동인지 시탑(詩塔)6집까지 주재했으며 전광용(全光鏞) 등과 주막동인으로 활약했다. 1973현대시론발간, 시집으로 카오스의 사족(蛇足)(1958) 아가의 방(1970) 등이 있으며, 현대작가연구(1959) 등의 저서가 있다. 한국시인협회상(1972)을 수상했으며, 문화공보부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바람

                            정완영

 

서귀포 귤밭에서

술래 잡던 밝은 바람

모슬포 돌아온 길엔

장다리꽃 흩어놓고

임 오실

바다를 향해

시시득여 갑니다.

 

정완영(1919~2016)

경북 근릉 출생, 1946년 동인지 오동 발간 , 1960년 국제신보 신춘문예 <해바라기> 당선, 1962<<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조국>이 당선, 1974년 한국문학상, 시집 : 채춘보(採春譜), 묵로도(墨鷺圖), 나뷔야 청산(靑山) 가자.

 

정방폭포 1

                                     박남수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그는 그렇게

가진 모든 것을

못 주어 한이었다.

 

정방에서는

가난한 노모의

남새밭 냄사가 난다.

 

도시의 자식들을 기다리는

노모으 토요일 오후처럼

정방은 온 종일

마등 가득 한 철 농사를 꾸린다.

 

없으면 없는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지닌 것은 허물이 되고

지닌 것은 차라리 욕이 되어

마른 절벽으로 남으려는가.

 

정방폭포 앞에서

                                           박재삼

 

그동안 그대에게 쏟은 정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이제는 그 절정에서

눈과 귀로만 돌아옵니다.

그것도 바닷가에 이르러

송두리째 몸을 날리면서

그러나 하늘의 옷과 하늘의 소리만을

오직 아름다움 하나로 남기면서

그런 아슬아슬한 불가능이

어쩌면 될 것도 같은

이 막바지의 황홀을

그대에게 온통 바치고 싶습니다.

 

 

박재삼(1933~1997)

1933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태어나 삼천포에서 자랐다. 삼천포국민학교를 졸업한 뒤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중학교 진학을 못하고 삼천포여자중학교 사환으로 들어가 일하였는데, 이곳에서 교사이던 시조시인 김상옥을 만나 시를 쓰기로 결심하였다. 그 뒤 삼천포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국문학과에 입학해 수료하였다.

1953문예에 시조 강가에서를 추천받았고, 1955현대문학에 시 섭리〉 〈정적등이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현대문학신인상, 인촌상, 한국시협상, 노산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평화문학상, 중앙시조대상, 조연현문학상, 6회 올해의 애서가상(1996) 등을 수상하였고, 은관문화훈장(1997) 등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시집 춘향이 마음》 《천년의 바람》 《뜨거운 달, 수필집 아름다운 삶의 무늬등이 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1
                                       이생진

아침 6시 어느 동쪽에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 피운다
태양은 수 만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을 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 소리에 귀를 찢기 운다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 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 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감으면 보일 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 거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2

일출봉에 올라 해를 본다
아무 생각 없이 해를 본다
해도 그렇게 날 보다가 바다에 눕는다
일출봉에서 해를 보고 나니 달이 오른다
달도 그렇게 날 보더니 바다에 눕는다
해도 달도 바다에 눕고 나니 밤이 된다
하는 수 없이 나도 바다에 누워서 밤이 되어 버린다

날짐승도 혼자 살면 외로운 것
바다도 혼자 살기 싫어서 퍽퍽 넘어지며 운다
큰 산이 밤이 싫어 산짐승을 불러오듯
넓은 바다도 밤이 싫어 이부자리를 차내 버리고
사슴이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밤을 피해 가듯
넓은 바다도 물속으로 물속으로 밤을 피해 간다

성산포에서는 그 풍요 속에서도 갈증이 인다.
바다 한 가운데 풍덩 생명을 빠뜨릴 순 있어도
한 모금 물을 건질 수는 없다
성산포에서는 그릇에 담을 수 없는 바다가 사방에 흩어져 산다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지 않아서
서로가 떨어질 수 없다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워 할 것도 없이 돌아선다
사슴이여, 살아 있는 사슴이여
지금 사슴으로 살아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꽃이여, 동백꽃이여
지금 꽃으로 살아 있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슴이 산을 떠나면 무섭고
꽃이 나무를 떠나면 서글픈데
물이여, 너 물을 떠나면 또 무엇을 하느냐
저기 저 파도는 사슴 같은데 산을 떠나 매맞는 것
저기 저 파도는 꽃 같은데 꽃밭을 떠나 시드는 것
파도는 살아서 살지 못한 것들의 넋
파도는 피워서 피우지 못한 것들의 꽃
지금은 시새움도 없이 말하지 않지만


그리운 바다 성산포 3

어망에 끼었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수문에 갇혔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갈매기가 물어 갔던 바다도 빠져 나오고
하루살이 하루 산 몫의 바다도 빠져 나와
한자리에 모인 살결이 희다
이제 다시 돌아갈 곳이 없는 자리
그대로 천년 만년 길어서 싫다

꽃이 사람 된다면 바다는 서슴지 않고 물을 버리겠지
물고기가 숲에 살고, 산토끼가 물에 살고 싶다면
가죽을 훌훌 벗고 물에 뛰어들겠지
그런데 태어난 대로 태어난 자리에서
산신께 빌다가 세월에 가고
수신께 빌다가 세월에 간다

성산포에서는 설교는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도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저 세상에 가서도 바다에 가자
바다가 없으면 이 세상에 다시 오자


그리운 바다 성산포 4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나는 떼어 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움이 없어질 때까지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수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이를 못 보겠다
온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이를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만을 보고 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 집 개는 하품이 잦았다
밀감 나무에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께 탄 버스에는
덜컹 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놓아 주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그리운 바다 성산포 5

일어설 듯 일어설 듯 쓰러지는 너의 패배
발목이 시긴 하지만 평면을 깨드리지 않는 승리
그래서 내 속은 하늘이 들어 앉아도 차지 않는다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아니면 일제히 패배하라 그러면 잔잔하리라
그 넓은 아우성으로 눈물을 닦는 기쁨
투항하라 그러면 승리하리라

성산포에서는 살림을 바다가 맡아서 한다
교육도, 종교도, 판단도, 이해도
성산포에서는 바다의 행포를 막는 일
그것으로 둑이 닳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절망을 만들고
바다는 절망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절망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절망을 듣는다

오늘 아침 하늘은 기지개를 켜고
바다는 거울을 닦는다
오늘 낮 하늘은 늦잠을 자고 바다는 손뼉을 친다
오늘 저녁 하늘은 불을 켜고 바다는 이불을 편다
바다가 산허리에 몸을 부빈다
산이 푸른 치마를 걷어 올리며 발을 뻗는다
육체의 따뜻한 햇살
사람들이 없어서 산은 산끼리 물은 물끼리
욕정에 젖어서 서로 몸을 부빈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칼이다.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양이다
그릇밖에서 출렁이는 서글픈 아우성
목마를 때 바다는 물이 아니라 갈증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짐승이
짐승보다 산이, 산보다 바다가
더 높은데서 더 깊은데서 더 여유있게 산다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하늘이여
바다 앞에서 너를 쳐다보지 않는 것을 용서하라
하늘이여
바다는 살았다고 하고 너는 죽었다고 하는 것을 용서하라
너의 패배한 얼굴을 바다속에서
더 아름답게 건져내는 것을 용서하라
그 오만한 바다가 널 뜯어먹지 않고
그대로 살려준 것을 보면
너도 바다의 승리를 기뻐하리라
하늘이여
내가 너를 바다속에서 보는 것을 용서하라

 

이생진(1929~ )

충남 서산 출생, 1955년 시집 <<산토끼>> 발간, 1969<<현대문학>>에 시 <고요한 전갈> 2편이 추천되어 등단, 1978년 시집 그리운바다 성산포 발간 등.

 

西歸浦

                                 이동주

 

못 믿으리

降冬벚꽃이 달밤보다 밝다니.

귀가 얼어 오던 길이 한 발은 눈보라요 한발은 꽃 그늘.

낭기마다 물 먹어 부풀고.

새 소리 방울을 찼다.

눈구덕에 蜜柑이 익고

동백꽃 내내 참나무 숯불일세.

미소를 굴레 없이 자랑 자랑 밖으로 몰면 짐승도 수말스러 애먹지 않는다.

여기 오면 주름이 펴진다.

흰 흰 머리도 걷어지고.

아득한 그리움 굿전에 설레나, 나는 어쩌지 못한다.

이제 돌아간들 쓸쓸히 갔노라는 옛사람.

생소한 강산에 어릿 내가 白鷺보다 희려니

버릇없이 早百한 아이놈도 흰 바돌을 사양치 않으렸다.

어지고, 착한 청춘이 이곳 風土래야 할 말이면 비린것 날로 먹고 내 여기 살래.

 

이동주(1920~1979)

전남 해남 출생, 19464인 합동시집 네 동무발간,

1950문예지에 <황혼>, <새댁>, <혼야>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60년 한국문인협회상 수상

 

밤구름

 

                                           박 목 월

 

세미나에서 돌아오는

차창을 적시던 밤구름

누굴 태울 것도 아닌

그것이

동쪽에 배를 대고

종잇장 같은 마을 위에

꼭지가 마르는 인간들

오늘은

서귀포에서

밤낚시를 디루는

우리들의 오른 편에서

슬며시

한 자락을 바다에 적셔두고

그리고 그리고 있었다.

 

박목월(1916~1978)

경남 고성 출생, 본명은 영종(泳鍾)이다. 1935년 대구 계성(啓聖)중학을 졸업하고 1939년 문예지 문장(文章)에 시가 추천됨으로써 등단하였다. 1973년 시전문지 심상(心像)의 발행인이 되었다. 자유문학상·5월문예상·서울시문화상·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받았다. 저서에 문학의 기술(技術), 실용문장대백과(實用文章大百科)등이 있고, 시집에 청록집(靑鹿集)(3인시), 경상도가랑잎, 사력질(砂礫質), 무순(無順)등이 있으며, 수필집으로 구름의 서정시, 밤에 쓴 인생론(人生論)등이 있다.

 

한라산

                                                구 상

 

내염(內焰)을 고이 끝낸

시인의

하품.

 

정숙한 지어머니의

희어진

머리.

 

태초로부터

명암(明暗)을 이겨온

실존(實存).

 

인연의 선악에도

자유로운

부동(不動)

 

국토신(國土神)

이궁(離宮).

 

구상(1919~2004)

함남 원산 출생,

1946년 북한 원산에서 동인지 시집凝香에 시 <>,<여명도>,<> 등을 발표하며 등단

1951 시집具常펴냄 1953 시회평론집民主告發펴냄 1956 시집焦土펴냄 1960 수상집沈言浮言펴냄 1975 具常文學選펴냄 1976 수상집영원 속의 오늘펴냄 1977 수필집우주인과 하모니카펴냄 1978 신앙에세이그리스도 폴의 펴냄 1979 묵상집나자렛 예수펴냄 1980 시집말씀의 實相펴냄 1981 시집까마귀, 시문집그분이 홀로서 가듯펴냄 1982 수상집실존적 확신을 위하여펴냄 1984 자전시집木瓜 옹두리에도 사연이, 시선집 드레퓌스의 벤취에서펴냄 1985 수상집한 촛불이라도 켜는 것이, 서간집滋明에게 보낸 글발, 구상연작시집펴냄 1986 具常詩全集, 수상집삶의 보람과 기쁨, 파리 에서 佛譯시집타버린 땅펴냄 1988 수상집시와 삶의 노트, 시집다시 한번 기회 를 주신다면, 시론집현대시창작입문, 이야기시 집저런 죽일 놈펴냄 1989 런던에서 英譯시집타버린 땅, 시화집유치찬 란펴냄 1990 韓英對譯시집 신령한 새싹, 英譯시화집유치 찬란펴냄 1991 런던에서 英譯연작시집밭과 강, 시선집造化 속에서펴냄 1993 自傳시문집예술가의 삶펴냄 1994 아흔에서 獨譯시집드레퓌스의 벤취에서펴냄,1998년 도쿄에서 日譯한국3인시집 ㅡ 구상· 김남조 · 김 광림 펴냄2004511일 새벽3시 별세 ·

 

白鹿潭

 

                                              정지용

 

1

정상에 가까울수록 뻑국채 꽃 키가 점점 消耗된다. 한 마루

오르면 허리가 슬어지고 다시 한 마루 우에서 모가지가 없고

나종에는 얼골만 갸웃 내다본다. 화문(火文)처럼 판()박힌

. 바람이 차기가 함경도 R트과 맞서는 데서 뻑국채 키는 아조

없어지고도 팔월 한철엔 흩어진 성진처럼 난만하다. 산그림자

어둑어둑하면 그러지 dskg아도 뻑국채 꽃밭에서 별들이 켜든다.

제자리에서 별이 옴긴다. 나는 여긔서 기진 했다.

 

2

암고란(巖古蘭) 환약같이 어여쁜 열매로 목을 축이고 살어 일어섰다.

 

3

백화(白樺) 옆에서 백화가 촉루(髑髏)가 되기까지 산다.

가 죽어 백화처럼 휠 것이 숭없지 않다.

 

4

귀신도 쓸쓸하여 살지 않는 한 모롱이, 도체비꽃이 낮에도

혼자 무서워 파랗게 질린다.

 

5

바야흐로 해발 육천 척 우에서 마소가 사람을 대수롭게 아

니 녀기고 산다. 말이 말끼리 소가 소끼리, 망아지가 어미소를

송아지가 어미 말을 뜰으다가 이내 헤여진다.

 

6

첫 새끼를 낳노라고 암소가 몹시 혼이 났다. 얼결에 산길 백

리를 돌아 서귀포로 달어났다. 몰도 말으기 전에 어미를 여힌

송아지는 움매-움매-울었다. 말을 보고도 등산객을 보고도 마

구 매여달렸다. 우리 새끼d도 모색(毛色)이 달은 어미한틔

맡길 것을 나는 울었다.

 

7

풍란(風蘭)이 풍기는 향기, 꾀꼬리 서로 부르르 소리, 제주

휘파람새 휘파람부는 소리, 돌에 물이 따f 굴으는 소리, 먼데

서 바다가 구길때 솨--솔소리, 물푸레 동백 떡갈나무 속에서

나는 길을 잘못 들었다가 다시 측너출 긔여간 흰돌바기 고부

랑길로 나섰다. 문득 마조친 아롱점말이 피하지 않는다.

 

8

고비 고사리 더덕순 도라지꽃 취 삭갓나물 대풀 석이 별과

같은 방울을 달은 고산식물을 색이며 취하며 자며 한다. 백록

담 조찰한 물을 구리여 산맥 우에서 짓는 행렬이 구름보다 장

엄하다. 소나기 놋낫 맞으며 무지개에 말리우여 궁둥이에 꽃

물 익여 붙인채로 살이 붓는다.

 

9

가재도 긔지 않는 백록담 푸른 물에 하눌이 돈다. 불구에 가

깝도록 고다한 나의 다리를 돌아 소가 갔다. 쫓겨온 실수름 일

말에도 백록암은 흐리운다. 나의 얼골에 한나잘 포긴 백록담

은 쓸쓸하다. 나는 깨다 졸다 기도조차 잊었더니라.

 

 

정지용(1902~1950)

충북 옥천 출생, 1919(18) 12<서광> 창간호에 소설 *삼인*이 발표됨 지용의 유일한 소설. <요람> 동인지를 김화산, 박팔양,박소경 등과 함께 주도함.1926(25) 공적인 문단활동이 시작됨. <학조> 창간호에 *카페.프란스*를 비롯하여 동시 및 시조를 발표함. 1929년 동지사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일본 문예지 <근대풍경>에 일본어로 된 시들도 많이 투고하여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 북원백추의 관심을 받게됨. 이시기의 주요작품으로 *기차*, *해협*, *다시해협*, *슬픈 인상화*, *풍랑몽*, *옛이야기 구절*, *호면*, *새빨간 기관차*, *뻣나무 열매*, *오월소식*, *발열*, **, *내 마음에 맞는이*, *무어래요*, *숨ㅅ기내기*, *비둘기*등이있음.1935(34) 1시집 "정지용시집"을 시문학사에서 출간, 1941(40) 2시집 "백록담"을 문장사에서 출간. 1950(49) 6.25동란이 일어나자 정치보위부에 구금되어 서대문형무소에 정인택, 김기림, 박영희 등과 같이 수용되었다가 평양감옥으로 이감, 이광수, 계광순 등 33인이 같이 수감되었다가 그 후 폭사당한 것으로 추정

 

서귀포 2

 

                                 한기팔

 

마당귀에

바람을 놓고

 

흐드러져

 

하얀 날 파도소리 들으며

긴 편지를 쓴다.

 

한기팔(1937~ )

제주 서귀포 출생, 1975<<심상>>에 시 <원경>, <> 등이 추천되어 등단

 

"서귀포를 아시나요" 노래비

 

"내 고향 서귀포" 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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