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섬의 풀꽃낭

까마귀밥여름나무

相民 윤봉택 2007. 10. 23. 21:56

2007. 10. 20.

 

까마귀밥여름나무입니다.

 

지난 10월 20일 토요일 오전

한라식물사랑회우들과 같이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있는

신화공원 개발지구 내 목장을 답사하였습니다.

 

신화역사공원의 사업 면적은 123만평이 넘습니다.

 

우리 모임에서는

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천연 목장, 곶자왈 지대인 이곳을

2007년도 2월 부터 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우리가 답사한 이곳도

다시 이 시간이 오면

 

흔적조차 없이 문드러진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이기에

 

저가 맡은 분야는 지명유래, 목장의 문화유산 흔적들입니다만,

식물사진도 담아보았습니다.

 

이곳에서 조사된 모든 자료는

우리 회에서 발간하는 2007. 한라식물지에 특집으로 엮게 될 것입니다.

 

답사하면서 만났던

까마귀밥여름나무는 이 계절 아주 알맞게 빠알갛게 잘도 익어 갑니다.

그 익어가는 그림자 따라 지나갔습니다.

 

 

26660

 

 

까마귀밥여름나무입니다. 

 

허나,

나무라 하기엔

너무 여립니다. 

 

낮게 가장 낮게

돌담에 기대어

하늬바람으로 저물어 가는 가을 길을 걷는

꿈을 빚고 있나 봅니다.  

 

때로는 물구나무 서 있음이

편안한 시간일 때도 있습니다. 

 

더러는

철새와 같이

공간 여행을 하기도 하고 

 

또는 텃새에 얹어

모슬 밖으로 시간 여행을 꿈꾸기도 합니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넘어 설 무렵

이곳 또한 포크레인에 휘둘러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지도 모릅니다. 

 

어찌보면

훗날

탐라섬의 자화상일런지도 모릅니다. 

 

아픔도 이렇게 있으면

저 까마귀밥여름나무 열매가 되는 것을 

 

자꾸만

기다리는 마음은

누구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구듬 날리며

빌레가 울고

머들이 넘어지고

우공들이 쉬 찾던 곶자왈의 바람까지 

 

돌담에 매달린 이끼처럼 

 

 시방,

 기억된 시간의 편린들을 기다리며

 한 세월로 경계 밖을 서성일지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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