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섬의 풀꽃낭

나문재의 하루

相民 윤봉택 2007. 9. 29. 14:11

2007. 09. 29.

 

나문재입니다.

 

지난 9월 16일 불어 온 태풍 제11호 나리의 뒷 정리를 위해 가던 길,

 

서귀포시 송악산 가기 전 해변

'남제주해안 사람발자국 및 각종동물발자국화석산출지'의 해안에서

 

하루에 두번씩 바닷물에 잠겨야 하는

마음 아픈 나문재의 시간을 살펴 보았습니다.

 

서귀포시 해변에서 가장 바다 가까이 뿌리 내린

나문재의 모습을 살펴보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의 성원과 도움으로

태풍 나리의 덧난 상처도

이제는

하나 둘 아물어 가고 있나 봅니다.

 

 

25921

 

 

 사계리 해안 풍경 하나

 

작은 물기둥을 만들어 하늘을 이려 하심인가 

 

밀물로 차오르는 아픔 

 

사계리 해안 형제섬입니다. 

 

사계리 해안에서의 송악산 

 

서귀포시에서 가장 남쪽 바닷가에 뿌리를 내려

바닷가를 지키는

나문재입니다.

 

하여,

하루에 두번 60여분씩을

바닷물 속에 잠겨야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 갑니다. 

 

이 해안에서

유독 나문재 만이 가장 바다 가까운 곳으로

삶을 다지고 있었습니다. 

 

밀물 시간. 

 

점점

차오르는 아픔의 그림자 

 

뭍을 향해 열리는 밀물의 시간 

 

열려 있는 모든 것은 잠기고 

 

잠겨 있는 모든 것은

저 스스로 열리는 시간 

 

우리는 시간은

몇 시에 머물러 있는지 

 

나문재의 울안 까지 차오르는

밀물의 바램 

 

점점 잊혀가는

여백의 시간 

 

하나의 모습도 용인되지 않은 

 

낮은 그리움으로 

 

 밀물은 저처럼

물길 열어 오시는 것을

 

밀물로 인하여

해변의 수위가 올라 가고

주변의  풍경들은 하나,  둘

섬을 빚는데 

 

다시 시작되는 함몰의 시간 

 

이젠

그 많던 섬의 흔적도 다 사리지고

나문재 저홀로

섬이 되고

뿌리가 되어 가는

 

 

마음 자락으로나 건널 수 밖에 

 

산다는 것이 뭣산디사

저렇듯 뿌리 내려

하늘을 지켜 서시는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은

슬픈 밀물의 동선 

 

해변의 닿을 선은

아늑하기만 한데 

 

다시 마음까지도 잠겨야만 하는

낮은 시간 

 

예서 우리는 무얼 기다려야

하는가 

 

부질 없어라

기다림도 

 

바람도

바램도 

 

돌아서 보면

모두가 다 그러한 것을

 

 

때로는

저 나문재 되어

물빛에 녹아

 

하나가 되어야만 하는 것을 

 

물결 이랑마다

돋아나는 하이얀 그리움 

 

그 꿈을 빚어

밤새 달려온 나의 바람이여 

 

이제는 모든 것을 버려야하는

만조의 시간 

 

버리고 버리다 보면 

 

하루가 다하면

또 하루가 시작되는 것을 

 

밀물이 다하면

또 다시 썰물이 되어

가는 것을 

 

窮則變

모든 것

다 비우면,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는 것을

 

이렇게 다시 하늘을 바라보며 

 

變則通

변화가 나타나면

세상과 더불어 함께 할 수가 있는 것을

 먼빛  바닷가 따라 다가 설 수가 있는 것을

 

通則久

하면 더불어 오래도록 함께

할 수가 있는 것을

무얼 그리 망설이시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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