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20.
까마귀밥여름나무입니다.
지난 10월 20일 토요일 오전
한라식물사랑회우들과 같이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에 있는
신화공원 개발지구 내 목장을 답사하였습니다.
신화역사공원의 사업 면적은 123만평이 넘습니다.
우리 모임에서는
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를 천연 목장, 곶자왈 지대인 이곳을
2007년도 2월 부터 답사를 시작하였습니다.
이제, 우리가 답사한 이곳도
다시 이 시간이 오면
흔적조차 없이 문드러진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이기에
저가 맡은 분야는 지명유래, 목장의 문화유산 흔적들입니다만,
식물사진도 담아보았습니다.
이곳에서 조사된 모든 자료는
우리 회에서 발간하는 2007. 한라식물지에 특집으로 엮게 될 것입니다.
답사하면서 만났던
까마귀밥여름나무는 이 계절 아주 알맞게 빠알갛게 잘도 익어 갑니다.
그 익어가는 그림자 따라 지나갔습니다.
까마귀밥여름나무입니다.
허나,
나무라 하기엔
너무 여립니다.
낮게 가장 낮게
돌담에 기대어
하늬바람으로 저물어 가는 가을 길을 걷는
꿈을 빚고 있나 봅니다.
때로는 물구나무 서 있음이
편안한 시간일 때도 있습니다.
더러는
철새와 같이
공간 여행을 하기도 하고
또는 텃새에 얹어
모슬 밖으로 시간 여행을 꿈꾸기도 합니다.
가을이 지나
겨울이 넘어 설 무렵
이곳 또한 포크레인에 휘둘러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지도 모릅니다.
어찌보면
훗날
탐라섬의 자화상일런지도 모릅니다.
아픔도 이렇게 있으면
저 까마귀밥여름나무 열매가 되는 것을
자꾸만
기다리는 마음은
누구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구듬 날리며
빌레가 울고
머들이 넘어지고
우공들이 쉬 찾던 곶자왈의 바람까지
돌담에 매달린 이끼처럼
시방,
기억된 시간의 편린들을 기다리며
한 세월로 경계 밖을 서성일지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