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3.
예천동본동삼층석탑(醴泉東本洞三層石塔)
경상북도 예천군 예천읍 동본리 466-2번지
한천이 흐르는 둔덕 건너
석조여래 입상과 오랜
천년의 세월을 지나온
보물 제426호, 예천동본동삼층석탑(醴泉東本洞三層石塔)입니다.
지난 5월 3일, 동대구역.
부산에서 올라 온 무궁화호 열차에 기대어
영주까지 숨 가쁘게 올라가는 틈새,
예천역에서 내렸습니다.
예천동본동삼층석탑은,
예천읍 중심 건너, 한천(漢川) 북쪽, 석조여래입상(보물 제427호) 곁에
있는, 남북국시대 후기에 조성된 탑입니다.
사찰에도 흥망성쇄가 있는 것은
그 또한 인연인 것을,
탑과 불상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절터였음이 분명하지만,
그 절 이름 전하지 않는다하여
우리 예서 기다릴 수는 없겠지요.
탑의 기단부(基壇部)는 윗층 기단 아래가 파묻혀 있어서,
원래 기단이 2층인지 1층이었는지 분명하지가 않지만,
현재는 윗면에 경사진 돌이 있고, 기단의 가운데돌을 그 위로 얹어 있습니다.
가운데 돌은 4장의 널돌로 짰는데 각 면의 모서리마다 기둥모양을 새기고,
그 사이에 사천왕상(四天王像)을 조각해 놓았습니다.
사천왕은 수미산의 동서남북 하늘을 지키는, 수호신입니다.
탑신(塔身)은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하나의 돌로 짜고,
각 층 몸돌의 네 모서리마다 기둥모양을 새겼습니니다.
지붕돌 밑면의 받침수는 1·2층이 5단, 3층이 4단인데
1층의 몸돌이 2 ·3층보다 두드러지게 큰 점이 독특합니다.
지붕돌 추녀의 밑은 반듯한데
마무리 부분에서 경쾌하게 치켜올려져 있으며,
빗물을 받는 낙수면의 경사도가 완만합니다.
머리장식으로는 노반(露盤:머리장식받침)과
복발(覆鉢:엎어놓은 그릇모양의 장식)이 한 돌로 되어 남아있지만,
이는 후에 가미한 듯 합니다.
예천 읍내 한천 지나 선 길가
석조여래입상과 나란하게
천년의 세월을 건너오셨습니다.
이 탑은
상대 중석에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천왕상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처음에 사천왕상이 세겨진 탑은
중흥산성 삼층석탑, 의성관덕동삼층석탑, 영양화천동삼층석탑,
영양 현일동삼층석탑,화엄사서오층석탑, 남산승소곡삼층석탑 등이
있습니다.
기단부 지대석이 완전하게 노출되지 않아
경계를 알 수가 없으나,
3.12m의 높이로
남북국시대의 탑을 빚어내신
어느 장인,
그 심오함이 담겨 있음을 느껴봅니다.
시대에 따라 사천왕이 가지고 있는
물체가 다릅니다.
남북국시대에서 고려 초기 까지는 대체로
동(지국천왕) - 칼 또는 창. 서(광목천왕)-칼 또는 금강저
남(증장천왕) - 칼이나 금강저 또는 여의주. 북(다문천왕) - 보탑 또는 창
그러나 조선조에 와서는 대체로
동(지국천왕) - 칼. 서(광목천왕)-탑과 삼지창
남(증장천왕) - 용과 여의주. 북(다문천왕) - 비파를 들게 됩니다.
허나, 이 또한 사찰마다 조금씩 손에 든 물체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도 있습니다.
사천왕에 대한 얘기는 모든 경전에 다 나타나지만,
특히 "금광명경" 사천왕품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지고
천태지자대사가 번역한 '금광명경문구, 권5, 석사천왕품'에서는
사천왕에 대한 해설이 이어집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동 - 지국천왕(제두뢰탁), 건달바, 부단나를 거느립니다.
남 - 증장천왕(비류륵차), 구반다, 벽례다를 거느립니다.
서 - 잡어/광목천왕(비류박차), 비사사, 독룡을 거느립니다.
북 - 다문천왕(비사문), 야차, 나찰을 거느립니다.
고집멸도 사성제로 구분한다면, 고(남), 집(동), 북(멸), 서(도)입니다..
누가 문득 떠나 가신 듯,
반연이 건네 준 일편무위진묘향을 사뤄
옥로에 꽂아
반연의 뜻으로
두 손 모아 공양을 올렸습니다.
남방의 증장천왕은
보검과 금강저를 들어
불국정토를 지켜 주시니,
누구였을까
열차에 기대인 또 다른
나는 ???
용을 감싼
서방의 광목천왕은
사성제의 언덕을 오르시는 데
지혜의 검을 들어
북방을 지켜내시는
다문천왕의 진양조 비파 소리,
여기서는
둘이 아닌
하나 임을
탑신에 머무른
바람으로
그대의 마음을 그려 가고 있나니
지혜의 검을 들어 보면
아늑한 동방의 지국천왕
그 여명으로 길을 밝혀 오시는 데
이렇게 기다리고
다시 기다리다 보면
그림자로 남아
탑신의 머무름에
닿을 수가 있는 것을
더러는
상륜에 기대인 노반이 되어
내 반연의 보주, 받혀 있는 것을
서걱이는
한천의 강물결로
낙동강 구비 구비 섬 돌아 흐르는 것을
이제 다시 돌아
내 떠나 온
반연의 본향으로 떠나야할 시간,
무디어진
옥개마다 내려서는
삶 전의 흔적
명경대 앞에 이르면
모두가
그대로인데
돌아가자
돌아서면 그곳이 문득
피안인 것을,
무얼 망서려
서역 나그네 총령의 길을 따라
두고 간,
그 신발 하나에 무게를 더 하시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