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02. 17.
가파도 올레(래)입니다.
가파도는 모슬포항에서 하루 세번 출항하는 도항선에 기대어야만
닿을 수가 있는
탐라섬의 막내 섬입니다.
제주도에서 가장 먼저 고구마를 재배하였고,
나라에 진상할 검은소를 키워냈고,
우리나라를 가장 먼저 세계에 소개하였던,
제주섬에서 가장 많은 선사유적 고인돌이 있는 섬,
가파도
그 섬
가파도에 닿으면
제주 돌담의 옛 정취를 느끼실 수가 있고,
탐라 올래의 진면목을 살필 수가 있고,
제주바람의 진수를 맞을 수가 있고,
영주섬의 좀녀를 만날 수가 있는,
섬 !!!
겔파트
지난 2월 17일에는
가파도에 있는 고인돌 120여 기를 담기 위해
1박 2일 여정으로
모슬포항에서 섬으로 떠나는 12시 도항선을 타고
15분 후, 가파도 하동포구에 닿았습니다.
먼저 가파도 마을회 김동옥 회장님을 만나
가파도 고인돌공원 조성에 대하여 의견을 나눈 다음,
점심을 건너서 고인돌을 담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섯 시간 동안 강행군 끝에
확인된 고인돌 120여기를 모두 담은 후,
마지막 일몰 풍경을 담아, 숙소인 바다별장 민박에 닿으니
저녁 7시,
주인께 점심 겸 저녁을 청하니
저를 신기한 듯 바라보면서 웃으시기만 하실 뿐,
하동마을에서 남쪽 상동마을로 가는
마라도에서는 가장 넓은
한질(큰길)입니다.
탈탈이가 다니고, 가파초등학교를 마친 3학년 어린이가 집으로 걸어 가는 한질.
하동에서 상동마을 이어지는
한질(큰길),
길가 좌우로는 가지런한 밧담 따라
보리가 자라고 있습니다.
가파초등학교를 지나면
상동 포구로 이어지는
이 또한 한질(큰길)입니다.
길 좌우 벽면에는 바다를 닮은 이야기를 그림으로 .... 스며 드는 데.....
항개포구에서 임계구석으로 가는 길가
올래입니다.
올래 아래로
우수 오수관을 묻어 두었고
지적 경계를 사이로
두 올래를 열었나 봅니다.
하동마을 통물에서 병풍덕 방향으로 이어진
한질(큰길)
그 한질 새이로
이어진 샛질(사잇길)
바람의 영향을 덜 받게 끔
돌담을 높게 닿아 놓았습니다.
가파도 북동쪽 개엄주리코지에서 가파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우마가 다니던 길
가파마을에서 3월 말에 열리는
청보리축제 준비를 위해
길을 단장하였나 봅니다.
병풍덕에서 통물로 이어지는 한질(큰길)
가파도에서 맞는 바람이야 말로
우리가 진정 느낄 수 있는
제주바람입니다.
그 바람을 막으려 처마선 까지 닿는 돌담.
이렇듯 집들이 한질(큰길)가에 있어도
올래를 한질로 잇지 않고
올래를 두어 입구를 정하는 것은
큰 바람이 바로 마당에 닿지 못하도록
바람을 막아 내기 위한 선인들의 예지였습니다.
집 마당으로 연결된 올래
그 올래 곁에는
몰방앗간(방아)이 있었던 듯
방애 맷돌(웃착)은 길 건너 올랫담으로 서 있는데
창돌(알착)은 길 이쪽에서
서로의 지난 흔적을 그리워하고 있나 봅니다.
항개 주변의 올래
담을 쌓은 것은
이웃과의 담이 아니라
바람과의 담입니다.
하여, 시께(제사)를 지내고 난 다음에는
차롱(대나무 그릇)에 시께떡을 담아 올랫담 넘어로 차롱을 건네이며
함께 이웃사촌의 정을 담았던 그 올래담입니다.
하여,
그 올래(집으로 들어가는 길)를 따라가다 보면
고불락(술래잡기)하다
지금도 숨어 나올 줄 모르는
그 옥이가 나올 것만 같은 머흐러진 애잔한 올래.
몰방앗간이 있었던
곳. 몰방애터입니다.
이렇듯 몇 가구씩 어우러 몰방애계를 만들어
몰방앗간을 운영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몰방앗간이, 클방(정미소)이 생겨 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고래(맷돌)
맷돌(웃착)과 창돌(알착)이
오고셍이(그대로) 남아 있어
주인이 돌리면 금방이라도 돌아갈 듯
하지만, 고래는 올랫담 위에서 떠나 간 주인을 기다리고 있나 봅니다.
돌로 만든 돌방애입니다.
주로 알갱이를 뽀슬(찧을) 때
둘 또는 셋이서 방앳귀(절구공이)로
내리치는 데, 3명이 함께 하면 세콜방애라고 합니다만,
주인이 그물마져 두시고 멀리 출타하신 듯
오랜 휴식의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뉘여진 장항
장태(윗닫이) 또한 깨어졌는지,
한 켠에서 시방도 숨을 고르고 있는 우물터
그 올래 건너로
또 다른 올래가 열리고
가파도 계경담에서 바라 보이는
백록담의 아침 7시 40분.
돌담의 처마 그림자로
소리 없이 익어가는 백연초(선인장)의 열매.
그 한질(큰길) 다한 곳으로
열리는
또 다른 가파도 가는 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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