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바람, 섬 풍경

비양도 질레

相民 윤봉택 2024. 5. 9. 15:12

2009. 04. 17.

 

 

비양도 질레

 

지난 4월 17일

뭍에서 섬 나들이 오신 지인을 따라

비양도 질레를 걸었습니다.

 

'질레'는 길의 제주어로서

골목길 보다 조금 더 넓은 길(너븐질)을 표현하며

'질'이라고도 합니다.

 

큰길은 '한질'이라 하는데

'한질레'라고도 합니다.

 

'올레'는

골목길(조븐질)에서 집문 앞까지 이어진 길을 나타내는 제주어입니다.

 

비양도에 가면

비양도를 한번 돌아 갈 수 있는

비양도 '질레'가 있습니다.

 

그 질레를 따라 가다 보면

절(파도) 속에 잠든 누이도 보이고

 

더러는 이어도로 돌아 누운 설운 님의

그림자를 만날 수가 있습니다.

 

 

 

  언제나 뭍으로 문 열어

  섬 바람 잠 재우는 비양도 포구에는

 

 

 포구에 기대어,

 섬으로 돌아오는 그리움을 기억하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과

 

 어머니에 그 어머니

 그리고 다시 또 그 어머니로부터 삶이 되어 버린, 내 설운 좀녀 누님들의 함영

 

 섬으로 다시 이어지는

 비양도 질레

 

 질레는 물 속으로도 이어져

시방도 그 끝을 알수 없는 심연

 

 누가 쌓았는가

 저 화산섬의 돌담을

 

  억새 물결로 섬바람을 넘기는

  내 삶의 작은 흔적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면

  우리의 초상은 어디에 멈춰 저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 설운 어멍

  고삿길처럼 지나 온 비양도의 저 질레로

 

  질레 돌담의 그림자 되어

  흔들리는 낮달의 그리움

 

그대 

머흐러진 해령 따라 예까지 오셨으니 

 

 질레 우에 놓여진

 우리 그린 꿈이라 하여도

 

 

 저 비양도 한켠

 펄랑못으로 스미는 바람이 되어도 좋으리

 

  빛 바랜 담줄에 기대어

  십홀방장의 벽보판으로나 우리 사연을 보일 수 있다면 

 

 질레 속으로 길 떠난

 저 님들의 잔영으로 

 

  다시 걸어가 질레 다한

  녁에

 

  대문의 그림자로

  남을 수 있을까

 

 뭍으로 열리는 포구마다

 만조의 시간을 기다리는 사연들

 

  선착장에 버려진 삶이라 하여도

  우리,

 

  우리 삶의 그물인

  저 벼리를 놓지는 말자

 

  기다리고 다시 기다리다 보면

  우리 삶의 녁에도 포구의 질레가 열리는 것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날처럼 되돌아 오는 포구의 길목

 

 가는 이여 !

 가시는 이여 !!!

 비양도가 그대 마음이었던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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