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04. 17.
비양도 질레
지난 4월 17일
뭍에서 섬 나들이 오신 지인을 따라
비양도 질레를 걸었습니다.
'질레'는 길의 제주어로서
골목길 보다 조금 더 넓은 길(너븐질)을 표현하며
'질'이라고도 합니다.
큰길은 '한질'이라 하는데
'한질레'라고도 합니다.
'올레'는
골목길(조븐질)에서 집문 앞까지 이어진 길을 나타내는 제주어입니다.
비양도에 가면
비양도를 한번 돌아 갈 수 있는
비양도 '질레'가 있습니다.
그 질레를 따라 가다 보면
절(파도) 속에 잠든 누이도 보이고
더러는 이어도로 돌아 누운 설운 님의
그림자를 만날 수가 있습니다.
언제나 뭍으로 문 열어
섬 바람 잠 재우는 비양도 포구에는
포구에 기대어,
섬으로 돌아오는 그리움을 기억하는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과
어머니에 그 어머니
그리고 다시 또 그 어머니로부터 삶이 되어 버린, 내 설운 좀녀 누님들의 함영
섬으로 다시 이어지는
비양도 질레
질레는 물 속으로도 이어져
시방도 그 끝을 알수 없는 심연
누가 쌓았는가
저 화산섬의 돌담을
억새 물결로 섬바람을 넘기는
내 삶의 작은 흔적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면
우리의 초상은 어디에 멈춰 저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 설운 어멍
고삿길처럼 지나 온 비양도의 저 질레로
질레 돌담의 그림자 되어
흔들리는 낮달의 그리움
그대
머흐러진 해령 따라 예까지 오셨으니
질레 우에 놓여진
우리 그린 꿈이라 하여도
저 비양도 한켠
펄랑못으로 스미는 바람이 되어도 좋으리
빛 바랜 담줄에 기대어
십홀방장의 벽보판으로나 우리 사연을 보일 수 있다면
질레 속으로 길 떠난
저 님들의 잔영으로
다시 걸어가 질레 다한
녁에
대문의 그림자로
남을 수 있을까
뭍으로 열리는 포구마다
만조의 시간을 기다리는 사연들
선착장에 버려진 삶이라 하여도
우리,
우리 삶의 그물인
저 벼리를 놓지는 말자
기다리고 다시 기다리다 보면
우리 삶의 녁에도 포구의 질레가 열리는 것을
떠나간 사람들이
그날처럼 되돌아 오는 포구의 길목
가는 이여 !
가시는 이여 !!!
비양도가 그대 마음이었던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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