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02. 03.
제주어가 유네스코 ‘소멸 위기의 언어’로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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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영봉(제주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제주대 국어문화원장)
- 2011년 01월 31일 (월) 09:01:28
- 제주어가 유네스코 ‘소멸 위기의 언어’로 등록된 것은 유네스코가 제주어의 가치를 인정하고
- 무형의 문화재로 인식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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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어가 진중하다 함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 국어사 또는 국어방언학 입장에서의 평가 또한 그러하다.
- 『제주어사전』 발간과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 제정 등은 그러한 평가를 반증한 결과다.
제주어는 ‘제주 사람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나타내는 데 쓰는 전래적인 언어’를 말한다.
- 제주어가 제주 사람들이 예전서부터 써오던 언어이기 때문에 그 속에는 제주 사람들의 생각이나
- 감정이 녹아들어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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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를 통하여 제주정신을 탐색하게 되고, 제주문화를 엿볼 수 있다.
- 제주어가 소멸된다면 본래의 제주정신은 퇴색할 것이며,
- 제주문화 또한 그 본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제주어를 보전하자는 것도
- 바로 제주정신 탐구와 제주문화 창달에 있다.
70% 이상 사용하는 제주어 6개 불과
그러면 과연 제주어는 소멸 위기의 언어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2008년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이 수행한
- 『제주 지역어 생태 지수 조사 보고서』에 나와 있다.
-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문화 일반에 대한 어휘(나형 질문지) 90개 항목에 대하여
- ‘무슨 뜻인지 알고 있고 일상생활에서도 쓰고 있다’는 응답 비율이 아래와 같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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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율 |
70-79% |
60-69% |
50-59% |
40-49% |
30-39% |
20-29% |
10-19% |
0-9% |
어휘수 |
6 |
6 |
9 |
12 |
8 |
11 |
23 |
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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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홈페이지 화면
- 비율이 높을수록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것을 말하는데,
- 70% 이상이 6개 어휘에 불과한 반면 50% 이하가 69개 어휘가 된다.
- 조사 어휘가 90개임을 감안하면 6개 어휘는 너무 적고, 69개 어휘는 너무나 많다.
- 20% 미만의 어휘도 38개나 되는데, 이런 어휘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 일상 생활에서는 쓰이지 않고 사전에만 남아 있는 어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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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어휘들은 대체적으로 70대 이상 어르신들이 쓰고 있어서
- 이 분들이 돌아가시면 소멸되고 말 것이다.
제주어 보전위한 자구노력도‘활발’
제주어 보전을 위한 자구 노력도 활발한 형편이다.
- 개인적 연구와 자료 조사와 그 결과의 축적은 물론, 행정 기관의 제주어에 대한 관심도
- 대단한 편이다. 제주도에서는 1995년 『제주어사전』을 발간한 데 이어서
- 2009년도에는 『개정ㆍ증보 제주어사전』을 내기도 하였다.
- 개인도 하기 어려운 개정ㆍ증보 작업을 행정 기관에서 한 사례는 없다.
- 또 18개 조항으로 구성된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도 2007년 9월에 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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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조례는 지역어에 대한 우리나라의 최초의 조례로 우수 조례로 대상을 받기도 하였다.
제주어가 유네스코와의 인연은 2007년 국립국어원과 국립민속박물관이
- 제주어를 유네스코 무형 문화재로 등록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서부터 시작된다.
- 그러나 그 이후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2010년 2월 유네스코 아프리카 언어 담당 마티스(B. Matthias) 교수가
- 제주어에 관심을 가지고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과 전자우편을 교환하기 시작했고,
- 그는 3월 27일과 28일 제주도를 방문하였다. 일본 류쿠어 조사차 일본에 들렀다가
- 제주도를 방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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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티스 교수는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을 내방하여 강영봉 원장을 비롯하여
- 김순자ㆍ김미진 연구원, 제주대학교 영어교육과 양창용 교수와 함께 제주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 국어문화원에서는 ꡔ개정 증보 제주어사전ꡕ,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
- ꡔ제주 지역어 생태 지주 조사 보고서ꡕ 등 3건의 제주어 자료를 건넸다.
그는 유네스코에 돌아가서 ‘Jeju, an Endangerde Language in South Korea’를 제출하는 한편,
- 6월 20일 제주어를 유네스코 위기의 언어로 등록하기 위한 자료를 전자우편으로 요청해옴에 따라
- 3월에 마티스 교수를 만났던 네 사람은 의견을 교환하고 자료를 수합, 정리하여 마티스 교수에게 보냈다.
또 마티스 교수로부터 8월 9일 유네스코 사라지는 언어 담당 전문가들과
- 의견 교환(전자우편 포함)을 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4개월의 논의 과정을 거친 뒤
- 지난 12월 16일 마티스 교수로부터 제주어가 유네스코 ‘소멸 위기의 언어’로 분류,
- 등록되었다는 전자우편을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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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유네스코가 소멸 위기 언어로 판단하는 9개 항목의 기준은 아래와 같다.
①새대 간의 언어 전승 ②화자의 절대 수 ③전체 인구 대비 해당 언어 구사자 비율 ④언어 사용 분야의 변화 ⑤새로운 영역, 매체에서의 반응 ⑥언어 교육과 읽고 쓰기 자료 사용 여부 ⑦해당 언어에 대한 공식적인 지위 부여와 사용을 포함한 정부와 해당 기관의 태도와 정책 ⑧해당 언어에 대한 그 지역 사회 구성원의 태도 ⑨해당 언어 자료의 양과 질
사라져가는 제주어 자료 조사·집적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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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어 말하기 대회
- 이제 제주어는 유네스코 ‘위기의 언어 프로젝트’에 따라
-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Critically Endangered Language)로 분류,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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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앞으로 우리들이 해야 할 일만 남은 셈이다.
- 마티스 교수가 제시하는 일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사항이다.
①언어 보전 정책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②외국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수집해야 한다. ③언어 교육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④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언어가 되어야 한다.
제주어 보전 정책은 2007년 제정된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에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 이를 수행한다면 정책적으로 부족한 점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사례는 행정 기관과 학계가 머리를 맞대면 그리 어렵지 않은 문제라 판단하고 있으나,
- 제주어 교육을 강화하는 문제는 아주 어려워 보인다. 2007년부터 해마다 제주어 교육 자료를 만들고 있지만
- 실제 학교에서는 교재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데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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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시라는 제도가 그렇고 표준어 교육이 그 장벽으로 보인다.
- 이 부분을 많은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부분이다.
실생활에서 제주어를 쓰는 문제, 이 문제는 이중 언어 생활을 하면 되리라 본다.
- 여기서 말하는 이중 언어 생활이란 공적인 생활에서는 표준어를 사용하고,
- 사회 생활이나 가정 생활에서는 제주어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꿈을 제주어로 꾸는 한 제주어는 우리들 본연의 언어이며 결코 버릴 수는 없는 언어라는 말과 같다.
- 우리들 어머니와 같은 제주어를 소멸 위기에서 구해야 할 책무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우선 우리가 화급하게 해야 할 일은 사라져가는 제주어 자료 조사와 집적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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