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길손(나의 시)

[스크랩] ■芒種ㅡ, 그 일그러진 自畵像

相民 윤봉택 2014. 8. 7. 13:27
 

        ■芒種ㅡ, 그 일그러진 自畵像

 

   人生의 勝負는

            臨機應變으로 左右된다.


■5알은 芒種,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ㅡ.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구약성경 코헬렛 3,1). 곧 때를 얻는 것은 모든 것을 얻는다는 진리를 의미한다.

5일은 망종(芒種)ㅡ. 이 단어의 출전은 `지관도입(地官稻入)`에 종지망종(種之芒種)이라고 기록된〈주례(周禮)〉에서다. 芒種은 까끄라기(가시랭이)가 있는 씨앗, 곧 보리를 거두어  들이고, 벼를 심는데 芒자는 보리 까끄라기라는 옛 말이다.

‘청 보리 가시랭이처럼 살고 싶다, 움직이고 싶다!’는 젊은이의 절규가 맥추(麥秋) 바람에 묻어온다. 큰 자유를 안고 싶다는 욕망이다. 수천만 년 역사가 무엇이랴. 참(眞)을 느끼는 한 찰나야말로 청맥(靑麥)같은 생명이 아닐까?

인간은 이 찰나를 위해 종생 달리고 있는 것을... 청 보리, 그 가시랭이의  임종을 알리는 芒種! 보리밭 길 산자락 옹달샘에서 불어오는 六月의 바람으로 내 지난날이 영글고, 억새풀 소리에서 묵은 연정의 체취를 일깨운다.

저무는 보리밭 언덕에 앉아 있으면 저벅저벅 뒤안길을 걸어오는 도윤이를 만날 기대에 울렁거렸다. 그 추억은 이제 말장 아파트단지에 묻혔다. 

지금도 절기를 알리는 `芒種`은 인간에게 교과서에 기록돼 있지 않는 위대한 진리를 터득하게 한다. 이는 무엇이나 `때`가 있다. 꾀꼬리가 아무리 목청을 돋우려 해도 단오절(端午節) 이전에는 제 소리를 내지 못하듯ㅡ.


 ■ J. C. F. 실러의 말을 상기하자ㅡ.


`때의 걸음은 세 가지다. 미래는 주저하며 가까이 오고, 현재는 살 같이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멎어 있다`.


과거의 보리농사는 "씨 뿌릴 때 백일, 거둘 때 사흘"이라고 할 만큼 때에 쫓겼다. 보릿가을 마치면 보릿대를 태워야 모내기가 개운했다. 모를 심어도 빨리 사름(뿌리 활착)하게 돼서다.

그러나 지금은 보릿짚 타는 논 불 연기의 장관을 전혀 볼 수 없다. 등 뜨거운 芒種 시기의 전원이나 산촌에서 회화(繪畵) 감각이 흐르던 노스탤지어는 더 발견되지 않는다.


    그믐 달빛에 어머니가 웃으셨다

     아버지 내 일곱에 폐렴으로 돌아가신 후

     비오는 안강정길  건너

     마라도 지나는 숨 가쁜 물살

     어머니는 밭둑에서 늘상 눈물로 베어 낸

     보리를 묶으셨다

                          尹奉澤/보리밭 길(앞 부분)

  

이 무렵 농촌 정경을 한 폭의 수채화이듯 그려낸 시다. 尹奉澤(濟州 1956- ) 그의 시는 토속적 濟州語에서 시작된다. 제주의 그리움을 빚어내고 있어 배경음악이 유연하게 흐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보리밭은 芒種이 오기까지  풋풋한 청 보리가시랭이를 길러낸다. 수확기에도 가시랭이는 더욱 날카로운 바늘 무기로 알몸을 지킨다. 그래서 ‘芒種’이라는 어원은 보리 가시랭이를 가리킨다.


■농촌과 농민은 내일을 가꾸는 우리 운명의 주체ㅡ.


2모작 논 조생계 새 품종 심기가 끝난 곳은 芒種과 함께 새끼 칠 거름을 낸다. 1모작 논은 모내기를 芒種 날로 마친다. 이제는 이화명충 등 도열병 예방에 온 힘을 기울이게 된다. 병충해는 극복이 가능한데 장마 피해가 우려된다.

논보리 적기 수확과 탈곡에 쫓기면서 보리 뒷그루 콩 심기, 논두렁 콩 빈 그루 보식도 서두를 때다. 느타리버섯 재배에, 뽕잎 벌레 방제 또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는 농촌과 농민을 국외자처럼 멀리하거나 관람자가 돼서는 안 된다. 농민이야말로 생존과 발전의 내일을 가꾸는 우리 운명의 주체가 아니겠는가! 다 같이 하나의 주체로 농촌의 미래를 설계하고 개척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도시의 젊은 부모는 자녀들에게 이 바쁜 날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께 여름 문안 편지 쓰기는 물론 미각을 새롭게 하는 선물도 보내드리도록 가르쳐야 한다.

결국 무엇 보다 중요한 것은 芒種 날, 부모가 스스로 할아버지 할머니께 행동하는 모범을 나타내야 농번기가 더욱 보배롭다. 모내기 적기에 알맞게 비가내리고 있어 물가두기에 때를 놓쳐서는 안 된다. 농번기에 농촌은 타이밍을 고려하지 않으면 실농(失農)하고 만다.

■우리 풍속도에서 보는 臨機應變ㅡ.


芒種 날, 현 정권의 시대적 상황에 주목하게 한다. 6.3은 이명박 정부 출범 100일이다. 촛불 문화제의 기도 소리는 장미의 계절 五月 가득 흉흉한 환멸로 출렁이다가 六月 들어 한 정권의 퇴진 투쟁으로 변신했다.

이 같은 국론 분열의 양상은 李 대통의 미국 방문 직후의 민심을 신속하게 분석하지 못한 때늦음에서 사태를 심각하게 악화시킨 데에 원인 이 있다. 왜 임기응변을 소홀히 했을까? 

영웅호걸도 시기를 만나지 못할 때 범부와 같은 것ㅡ. 국가나 개인의 운명 또한 때가 아닌 시기에 날뛰거나 서두르는 행위는 아무리  뾰쪽한 수를 써도 실효를 얻지 못한다.

 여기서 어느 때가 타이밍인가를 판단해 슬기롭게 맞추어나가야 제격임을  시사하고 있다. 보리농사의 수확은 芒種에 맞추고 있다. 芒種이 되면 보리 뿌리가 떠서 지하의 수분 등 영양가를 더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보리는 芒種이 지나면 설익은 작물이라도 더 이상 익지 않은 채 겉마르기에 때맞추어 거두어들일 수밖에 없다. 나라의 정사도 예외가 아니다.

 타이밍은 그 어떤 작용에 맞추어 오지 않는다. 그 자체의 이치에 따라 진행하고 있어 어느 때가 타이밍인가는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특히 스포츠는  모든 경기에서 타이밍(臨機應變)으로 승패를 가른다.

출처 : 銀河의 宮殿
글쓴이 : 朴馨丘 원글보기
메모 : 1996년 첫 시집에 수록된 "보리밭 길"입니다. 1960년대 설운 우리 어머님의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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