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따라서

마지 摩旨

相民 윤봉택 2023. 5. 2. 18:42

2023. 05. 02.

 

 

부처님께 올리는 마지摩旨(공양)

 

 

자료정리 쌍계암 侍者 相民

 

 

지금까지 여러 자료를 살펴본 바,

‘마지’는

순수한 불교 용어로서,

인도·중국·일본에서는 사용하지 않은,

우리나라 불교에서만 쓰이는 용어이다.

 

불자라면 누구나 흔하게 들어본 단어 가운데 하나가 ‘마지’이다.

이번에 내가 있는 토굴 실정에 맞게 한글 법요집을 편집하면서

‘사시 마지’에 대해 설명하려는데,

‘마지’라는 정확한 어원을 알지 못하여 찾게 되었다.

 

불교에서는

부처님께 밥을 지어, 사시에 공양 올리는 그 밥을,

사시 마지(巳時摩旨)라 한다.

 

한문으로는“마지 摩旨·磨指·麽指”라 하고,

그 행위를 ‘마지 올린다.’라고 한다.

 

여기서 마지는,

쌀이나 보리 등 곡식을 깨끗하게 갈아서

정갈하게 끓여 익혀 만든‘밥’을 말한다.

 

필자가 입산하던 1970년 까지만 하여도

해인사 산내 암자에서는 방앗간을 운영하였는데,

이때 방앗간을 관리하는 소임을 마두(磨頭)라고 하였다.

 

그래서

마지를 짓기 위한 쌀을 ‘마지 쌀’,

마지 쌀로 지은 밥을 ‘마지 밥’이라고 했다.

 

이 밥을 담는 그릇을 ‘불기(佛器)’,

또는 마지 그릇’이라고 하며,

마지 그릇에다가 밥을 담아 부처님께 올리는 행위를 ‘마지 올린다.’ 고한다.

 

‘마지(摩旨)’는

순수한 한글이 아닌, 한자의 뜻을 빌어다가 쓴 말이다.

 

이를 한문으로

‘摩 갈 마’에,

‘旨 맛있을 지’, ‘指 마음·고운 지’라 하여, ‘마지 摩旨·磨指·麽指’라고 했다.

 

‘마(摩)’는

방아나 절구·맷돌을 이용하여,

나락을 잘 다듬어 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제하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 소임을 마두(磨頭)가 담당한다.

 

‘지(旨)’는

쌀을 가지고 정성스럽게 ‘밥’을 짓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 소임은 공양주(供養主)가 담당한다.

 

여기에서‘지(旨)’는,

맛있는 음식을 의미하는데, 논어 17편(陽貨)에 보면,

 

‘夫君子之居喪, 군자가 상(3년상)을 지내는 것은,

食旨不甘, 잘 차린 음식을 먹어도 달지 않고,

聞樂不樂, 좋은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居處不安, 집에 있어도 편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故不爲也. 그래서 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하여,

‘지旨’는, 맛있는 음식을 나타내었다.

 

이처럼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은 정성을 다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정성으로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쌀밥이기에,

그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밥’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 나락을 갈아,

맛있게 지은 밥이라는 의미로써,

한자의 뜻을 빌려 ‘마지(摩旨)’라고 한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인가.

 

육법 공양 중에 올리는 백미는

밥이 아니기 때문에,

백미 공양 또는 미공양(米供養)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마지’는

반드시 백미로 지은 밥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말로서 신분을 구분 짓는다.

마찬가지로 밥을 드릴 때도,

그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진다.

 

중세 시대에 임금께 올리는 ‘밥’을 ‘메’라고 하였는데,

지금은 제삿밥을 의미하고 있다.

 

밥을 의미하는 ‘수라’는

몽골어로서, 우리나라 말이 아니다.

 

웃 어른에게는 ‘진지’라 하였고,

하인이나 아랫사람에게는 ‘입시’라고 하였다.

 

마지라는

한자 표기는 摩旨·磨指·麽指 등으로,

시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지금은 마지(摩旨)로만 통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범어라고 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무책임한 낭설일 뿐이다.

 

이는 마치 제주어가 좀 이상하면,

‘몽골어’에서 유래된 게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과 같다.

 

즉 불교에서 모르는 말은,

무조건 범어에서 온 것이 아닐까라는, 미신 같은 의식이 뿌리 깊어서이다.

 

인도에서는 공양(供養)을 뿌자나pūjanā라고 한다.

 

여기에서 공양은 단일 주식이 아니라,

공양을 올린 모든 공양물을 말하며,

그리고 쌀을 이용한 쌀밥·쌀죽을 오다나 Odana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마지’가 범어 maghī(摩舐:약초의 일종으로 神丹의 영약)에서 온 것이라고 하나, 이는 사실과 다른 아전인수일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지 麽指·磨指라는 한문 표기는,

현재까지 살펴본 자료에 근거할 때,

 

1721년 지환스님이 집필한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刪補集』중권,「지반삼주야작법절차 志磐三晝夜作法節次」에는

‘마지麽指’,

 

1724년 수륙재의문을 보완하여 개간한

『자기문절차조열 仔蘷文節次條列』에는

‘마지磨指’로 나타날 뿐,

 

다른 자료에는

모두 摩旨라고 하였으며,

1760년대에 편찬된 것으로 보이는

묵암 선사의 『諸經會要』 부터 처음 나타나고 있다.

 

1721년 지환智還스님이 집필한

『천지명양수륙재의범음산보집天地冥陽水陸齋儀梵音刪補集』중권,「지반삼주야작법절차 志磐三晝夜作法節次」조(條)에는‘而誦淨法界眞言時. 麽指如常. 持勸供及祝願云云. 법계를 깨끗이 하는 진언(淨法界眞言)을 할 때,

 

마지麽指를 올리는 것은, 평상시와 같이 한다. 공양물에 가지加持하고, 권공을 한 다음, 축원을 한다.’라고 하여,‘마지麽指’라고 하였다.

 

1724년 수륙재의문을 보완하여 개간한

『자기문절차조열 仔蘷文節次條列』에는 ‘衆會齋後。則大焚修依例爲之。亦有預修之擧。則依本文行之。若無預修之擧。則其夜磨指。則常住勸供爲冝。’라고 하였는데,

마지 한문 표기가 ‘摩旨’가 아니라, ‘指’라고 하였다.

 

묵암 최눌선사(1717~1790)의 저서 『諸經會要』 1권에는

摩旨初五搥 起五供 次三旨 表三寶請來 ’라 하여

삼보에 마지를 올렸다.

 

범해선사(1820-1896)의 『梵海禪師文集』 1권에는

‘八月初七日初。神衆摩旨。始作畵員。則京山畵員八名也。’이라고 되어 있어,

마지는 부처님께만 올리는 게 아니라,

신중마지神衆摩旨라고 하여 신중단에 밥을 올릴 때도 ‘마지’라고 하였다.

 

보정대사(1861~1930)의 『다송문고 茶松文稿』 1권에도

‘ 至五更時。兩衆合席于大法堂觀音佛前。摩旨上祝后。依法朝供畢。兩衆分壇。’라고 하여,

큰 법당과 관음전에 마지를 올렸다.

 

1882년 해인사 개간판 『승가일용식시묵언작법 僧家日用食時默言作法』에는‘

雲板一下。○小鐘宗。表一氣流。而成三世。亦表一法身。分爲三身也。○終五搥者。表亢金星光。合辰庫藏土也。○巳時。摩旨金。三宗。表三寶前。供養三乘。卽一乘也。’라고 하여,

사시에 부처님께 마지 올렸다고 하였다.

 

이상 문헌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현재 부처님께

밥 공양 올리는 것만을 마지摩旨라는 용어로

한문 표기한 것은,

『제경회요諸經會要』가 편찬이 1760년대 전후로 살펴볼 때,

이 시기를 전후하여 사용되었다고 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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