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보도자료

영표와지성이의 이야기-(펌글-조선일보)

相民 윤봉택 2006. 5. 4. 08:31

2006년 5월 4일 (목) 03:06   조선일보

이 사진 제가 찍었죠



[조선일보]

얼마 전 네티즌을 감동시켰던 한 장의 사진을 기억하시는지. 지난달 17일 운명의 맞대결을 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이영표(토튼햄 핫스퍼)가 경기 중 손을 맞댄 장면. 그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 낸 주인공을 만났다. 바로 영국의 스포츠 전문 사진 에이전시인 ‘백페이지이미지스 닷 컴’에서 일하고 있는 스코트 헤비(Scott Heavey)씨였다. 런던 시내에서 만난 헤비씨는 “한국 사람들이 정말 내 사진을 좋아했나요? 와우, 환상적인데요”라며 인사를 먼저 건넸다.

그동안 궁금증이 떠나지 않았다. ‘어떻게 그 순간을 잡아낼 수 있었을까. 현장에 있던 수십 명의 사진기자들 중에서 어느 누구도 못 찍은 사진이었는데….’ 헤비씨는 기다렸다는 듯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아, 경기 며칠 전부터 정보를 모았거든요. 그래서 두 한국인이 부딪히는 장면을 지켜봤죠.” 그의 제스처가 점점 커졌다. “아… 그런데. 이영표가 실수하고, 그게 골로 연결되고. 박지성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웨인 루니가 골 넣는 것을 찍을 때 전 그 두 선수를 봤어요. 서로 다가가 한마디씩 하려는 것 같았는데, 박지성이 먼저 이영표의 허벅지 쪽으로 손을 살짝 갖다대더라고요. 그리고 왠지 비장한 표정의 이영표가 슬며시 잡는데…. 저절로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어요.”

헤비씨가 둘의 사진을 찍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 그 두 친구를 좀더 열심히 쫓아다닌 건 사실 제가 PSV 에인트호벤 팬이기도 하거든요. 박지성 선수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 리그 때부터 눈여겨봤고요. PSV가 리그 우승할 때도 거기 있었죠. 음…. 사실 제일 열심히 서포팅하는 팀은 첼시거든요. 주제 무리뉴 감독과는 이메일로 가끔 대화하기도 하고…. 그래서 두 선수는 지금은 적(?)이에요.” 헤비씨가 멋적은 듯 크게 웃었다.



사실 헤비씨는 원래 축구선수 출신이다. 그런데 지역 축구선수를 하던 대학 1학년 때 무릎인대가 완전히 파열되면서 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땐 죽고 싶었죠…. 다행히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있었고, 지금은 스포츠 사진을 찍으며 대리 만족하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사진을 찍을 때 그는 선수의 입장이 먼저 되어 경기의 맥을 볼 수 있다고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정말 대단했죠? 안정환, 설기현 선수가 기억에 남던데…. 이번에도 그런 뉴스가 터지길 바랍니다~.” 기회가 되면 한국축구팬들과도 이메일로 대화하고 싶다며 주소를 밝혔다. 그의 주소는 ‘scottheavey23@yahoo.co.uk’다.

(런던=최보윤영국특파원 [블로그 바로가기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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