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길손(나의 시)

바람부는 날엔

相民 윤봉택 2007. 3. 31. 07:45

바람 부는 날엔


 

바람 부는 날엔 그 섬이 그립다.

사람아, 

그리워하는 것이

죄가 된다면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이

죄가 된다면,

그리운 사람 찾아 떠나는 것이

죄가 된다면

차라리 그 죄를 짓고 살아가자.


기다리지 않아도

사랑의 안개가 되어

유년의 강물로 멱을 감기는

아픈 그대여

이대로 흐르다 보면

다시 그 섬에서 만날 수 있을지,

시간은 먼 기억의 잔잔한

기슭에서 투명한 물보라를 날리는데,

오늘처럼 바람 부는 날엔

그 섬이 있는 바다가 그립다.

 

 


(제주문협, 한라산의 노래,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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