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8. 16.
괭이싸리입니다.
지난 16일, 오전.
아부오름 굼부리에서 만났습니다.
오름에서 만나지는 것은
괭이싸리만이 아닙니다.
그 괭이싸리와 더불어
살고지고하는
수 많은 사연들
그 인연으로 하여
괭이싸리 또한
저 스스로
대지에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며
잎이 돋아 나고
고장이 피고
열매를 맺어
다음 날
이어가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우리 손자 성찬이 볼처럼
보송보송한 털빛으로
나들이 오셨습니다.
새가 되어 날 수가 없고
바람으로 능선 넘을 수 없음을
알기에
저 낮은
아부오름 굼부리 3부능선 쯤에 기대어
때로는
배고픔에 비켜 선
우마의 먹이가 되기도 하지만
이처럼
가장 낮은 아름다움으로
대지의 숨결을 먼저 느끼며
순백의 그리움을
한올
한올
날리는
그림자의 그늘이 되어
하늘빛으로
나려 오심을 알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비가 나려
더 미쁜 시간들
다시 한올 넘기며
가을의 길목을 열어 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