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 3.
싸리입니다.
이 계절
가장 낮은 해변에서 부터
산자락 다한 그 곳까지
섬섬이
물살 풀어
온 오름을 울려오는
지레 작은 꽃
싸리꽃
지난 3일 일요일
노픈오름에서 만났습니다.
바람이 불면
흔들 거리고
우마가 지나 가는 길목에서는
밟혀 서러워도
고개 숙이지 않은 꽃
싸리꽃
내 칭원한 반연 닮아
더 서러운 꽃
싸리꽃
그 꽃을 따라 걸었습니다.
싸리꽃잎 바람에
떨어서 풀 섶에 누우면
고슬이 옵니다.
오름 굼부리에서
갈바람에 뭍혀 버린
시간의 그림자,
이제는 아무도
부르지 않을 이름으로
노픈오름에 잠기는
반연의 물빛
용서하자.
내 샘의 눈물
마르기
전에
우리가 누구를 사랑하였는지
알 수가 있다면
그리움의 적삼은
벗어도 좋다.
우리가 서 있는 곳
느낄 수 있다면
피안의 언덕에서
그대,
있음을 기억하리니,
떠나온 거리만큼
돌아서 보면
오름마다 봉화 올리며
기다리는
싸리꽃잎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