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08. 29.
갯질경이 입니다.
섬에서 섬을 건너야
닿을 수 있는
마라도에서도 가장 남쪽
해풍에 먼저 젖어
내리는 바닷가에서
오늘 만났습니다.
마라도에 일이 있어
갔다가
풀꽃의 반연 따라
따뜻한 바람 불어
더 아름다운 마라도 갯질경이
바위마다 뿌리 내려
서 있는
키 작은 갯질경이를 보았습니다.
개는 바닷가의 해변을 나타내는 말인데
제주에서는 '개'를 해변으로 표현합니다.
섬에서도 가장 남쪽
다한 곳,
섬 우로 섬이 흐르는 섬
마라도,
오늘은 그 마라도가 있는
섬에 닻을 내렸습니다.
송악산에서
마라도로 떠나가는 유람선
에 기대어
나선 섬길,
반도의 최남단
그 바람의 흔적조차
묻혀 올 수 없는
그 곳에서,
모질게 피어
바위에 뿌리 내리는
갯질경이를 만났습니다.
파도에 씻긴
시간의 자욱마다
온점을 남기며,
줄기마다 타오르는
지순한 그리움,
시들어 다한
틈새이로 길 따라
머흐러지는 물마루,
이처럼
삶이 아름다운 것은
꽃이 피어
있음이 아니라,
꽃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그 꽃이 다하여
생명의 불꽃을 잉태하는
지고한 반연의 길이 있음이려니,
하여,
오늘도 인연의 길을
따라, 섬으로 떠난
섬,
그리움의 닻을 올리는 바람은
불어 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