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길손(나의 시)

그리움 나사시냐

相民 윤봉택 2024. 4. 19. 17:24

2009. 01. 30.

 

 

그리움 나사시냐

 

 

 


가슴이 결린다.

마음이 아플 때마다

마디마디 멍울진 손결로

바람에 응얼진 자식의 가슴 마당을

온 밤 쓸어 내시던 어머니

 

‘어떵 나삼시냐’

‘호꼼’

‘어멍손은 약손이 나네 금방 나신다’'나사시냐’

‘나싱거 닮은 게, 겅헌디 호꼼만 더 쓸어 줍서’

‘두루 족족 나 설운 애기야, 살당보민 베라벨 칭원헌게다있나마는’

‘겅해도*'촘으멍 고비 잘 돌영 가곡 허라.

 

그러한 날이 무너지고

불혹 넘겨 두 해가 지난 초봄부터

가슴앓이가 도졌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네 해,

내 마음 쓸어안을

정다운 손결 가고 없는데,

 

사는 날 까지 담고 살아가야 할

응얼진 그리움

얼마나 더 삭혀야

'한바당건너 그 섬에 닻 내릴 수 있을지.

 

          (제주문협, 한라산의 노래, 1997)

 

 

*‘어떵 나삼시냐’ : 어떻게 나았느냐.

*‘호꼼’ : 조금.

*‘어멍 : 어머니.

*‘나싱거 닮은 게, 겅헌디 호꼼만 더 쓸어 줍서’ : 나은 거 닮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더 쓸어 주세요.

*두루 : 아직.

*살당보민 : 살다 보면.

*칭원헌게 : 슬픈 것이.

*겅해도 : 그래도.

*고비 잘 돌영 가곡 허라 : 급하게 휘어진 곳(고비)은 잘 돌아서(돌영)가곡 하라(가라).

*한바당 : 큰바다.

 

시작 메모

  이 졸고는 제2시집에 게재된 것으로서 1997년에 발표된 것입니다.

  저의 어머님은 4-3사건으로 인해 상부하신 후, 혼자 지내시다가, 당신보다 나이가 참으로 많으신

 분을 만나 사시면서 4남매를 낳아 기르셨고, 또한 일찍 떠난 덕 없는 남편으로 인해 참으로 많은

 고생을 하시면서 우리를 잘 키워주시더니, 지병으로 1992년 가을 먼길 가셨습니다.

  어머님 살아 계실 때는, 가슴 속에 담아 둔 말 하나 없이 다 말씀 드리곤 했었는 데,

 가고 아니 계시니, 모두가 응얼진 그리움 뿐입니다.

 

이 동영상은

2016. 7. 28. 제주시사랑낭송회에서

저의 제주어 졸시 몇 편을 낭송하셨는데

그 중 관련된

그리움 나사시냐 / 낭송 문영애  https://www.youtube.com/watch?v=TJdGzdDaS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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