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12. 23.
첫 눈 오는 날
첫 눈 나리는
날엔
아내 가슴이
따뜻하다
바람으로 머물다
선
이슬처럼
나려 쌓인 첫 눈
밟지 않아도
첫 눈 오는 소리
들리면
정낭* 호나*
내리며
모슬*로 가는
아내의 머언
그림자
(한얼 제13집, 1998)
*정낭 : 올내 입구 좌우에 걸쳐놓는 나무이며, 그 나무를 걸쳐놓는 돌을 ‘정주먹’이라 한다.
정낭은 2~4개를 걸쳐놓았다.
본래 우마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하여 세워졌으나,
후에는 우마의 출입이 필요 없어지면서, 정낭을 하나 걸치면 잠시 외출 중,
두 개 걸치면 조금 먼데 가 있으며, 세 개 걸치면 부재중이라는 뜻.
*호나 : 하나.
*마슬.모실.모슬 : 마을.
시작 메모
두번 째 시집 "이름 없는 풀 꽃이 어디 있으랴"에 게재된 졸고입니다.
1997년 12월 그날, 퇴근 하면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 오는 데,
눈이 나리시기에, 서설이 나리시기에, 차를 버리고 걸어서 먼 길 걸어 집까지 오면서,
펑 펑 나리는 함박눈 맞으며, 나의 집으로 걸어 가면서, 들었던 눈 나리는 소리.... 돌아와 보니
아내는 마슬 가고 없는데, 눈은 온 하늘로 속절 없이 나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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