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바람, 섬 풍경

한라산 둘레길

相民 윤봉택 2024. 5. 9. 20:14

2011. 04. 02

 

한라산 둘레길

 

제1코스 환상구간 동백길입니다.

 

구름이 흐르고

바람이 지나가는데도 길이 있는 데,

하물며 사람이겠습니까?

 

지난 4월 2일  중문JC특우회원들과 같이

4월 산행은

한라산 둘레길 제1코스를 걸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저가 초등학교 5학년 쯤에

어머님은 저를 데리고 둘레길을 따라 법쟁이에서 어잼이를 지나 시오름 건너

연재골을 지나 솔오름으로 내려와서

다시 고근산을 따라 용흥마을 외가집에 가서

밥을 맛있게 먹었던 아스라한 기억

그 때는 참으로 종애가 아파, 어머님 무등에 잠시 기대기도 하면서 걸었던 그 길

 

오늘은

회원들과 같이 그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토요일 오전 8시에

1918년 10월 7일 도내 최대 무장항일운동발상지 법정사 주차장에 모인 다음

간단하게 묵념을 올리고 나서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 길은

한라산 해발 600~800m 산록 사이에

우리 아버지에 아버님들께서 산에 우마를 놓아 기르시면서 우마 따라 걸어 가셨고,

일제 강점기에는 병참도로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4-3 이전에는 숯을 굽고, 표고버섯을 재배하기 위해 이용하기도 하였던

제주인의 길입니다.

 

대략 한라산 둘레 80km에 걸쳐 흔적으로 남아 있는 이 길은

지난 2011년 4월 29일 제1코스(무오법정사~돈내코) 9km가 정리되어 개설되었습니다.

 

미리 그 길을 따라 가보았습니다.

 

 

 

제1구간 환상숲길... 동백길입니다.

한라산 동백은 지역에 따라 꽃잎 여는 시기가 다릅니다.

해변에는 12월 부터 2월까지, 그러나 둘레길(600~800m)에는 2월이 되어야 기지개를 켭니다.

한라산 남록 둘레길 좌우에는 한라섬동백들이 도처에 군락을 이루며 자생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의 의열사 입구, 우측에 세워진 둘레길 초입입니다.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 주차장을 지나 둘레길 초입으로 이어진 산책로

 

 

 그 산책로 다한 길에는 무오법정사항일운동발상지를 기념하는 상징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1918년 일제 강점으로 서슬이 퍼렇던 시절,

지식인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조차 일제 앞잡이로 나서던 그 시절,

이곳에서 수행하던 방동화 김연일 등 30여 스님들께서

 지역 주민 400여명을 규함하여 무장 봉기를 하였던

1918년도 최대 무장항일운동이었던 무오법정사항일운동에 참여하셨던 66인의 의사록입니다.

 

 

  팔작지붕 의열사에 66인의 영정이, 이 지역 화가 한중옥 화백에 의해 그려져 모셔 있습니다. 

 

 한라산 둘레길은 80여km가 된다고 합니다.

 

 

 

 

 

 

 

 

 둘레길을 따라 가다보면 이처럼 동백나무 군락이 많이 나타납니다.

 보기에는 매우 가늘어 보이지만

 뿌리 내린 그 아래를 살펴보면 모두가 돌팟입니다.

 그 인고의 세월을 기억합니다. 

 

 그 옛날, 이곳에 우마를 방목하면서,

 우마를 살필 때, 목동(테우리)들이 하룻밤 머물며, 사용되었던 '궤(바위그늘)'입니다.

 

 하지막개담입니다.

 우마의 습성은 매우 단순합니다. 나무를 걸쳐 놓기만 하여도 뛰어 넘어 가지를 않습니다.

 하여, 우리 선인들은 일년에 한번 씩 모두 함께 이곳으로 출력하여 '잣담'을 보수하곤 하였습니다.  

 

 둘레길 따라, 다시 둘레길

 

 강정천 상류지역입니다.

 모두가 암반으로서

 바람의 길을 묻는 이야기를  고즈넉하게 엿들 수가 있는 곳입니다. 

 

 어젬이오름으로 향하는 둘레길가

 표고버섯재배장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시오름 닿기 전에 처음 나타나는 숯가마터입니다.

 일제강점기에 숯굽기가 많이 이뤄졌으나, 광복 이후 4-3이 발발되고

 입산이 통제되면서 임산물 생산 활동이 모두 중단되었습니다.

 

 나무를 그대로 두어야 할지,

 아니면 나무를 베어 내어 원형을 보존해야하는지

 

이렇게 숯가마터 주변에는, 당시 생산자들이 머물렀던 주거 흔적들을 쉽게 볼 수가 있습니다.

 

 

 4-3유적입니다.

 

 제주인에게는

 몽고 지배 이후, 가장 큰 아픔을 안겨준 상처, 4-3 유적입니다. 

 

 악근천 상류에서 바라 본, 시오름 정상입니다. 

 

 

 

 시오름 초입에서

 먼저 출발하신 고창후 서귀포시장님 일행과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시오름 정상부입니다.

 

 시오름 정상에서 한라산은 넉넉한 어머님의 숨결인 것을

 

 예서 다시 무얼 기다리고 서 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시오름에서 돈내코계곡으로 향하지 않고

  바로 1115번 도로(산록도로)로 내려 왔습니다.

  고압선 따라 내려서면 쉽게 내려 올 수가 있습니다.

 

 내려서다 만나는 우마 방지용 잣담들

 오래전 저 '도(입구)'에는 살채기가 놓여져 있었을 것입니다만,

 

 다시 내려서다 보면 이렇듯

 표고버섯 재배와 우마용 급수를 위해 만들어 놓은 작은 물 웅덩이들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또 다시 내려서다 보면

   그대가 보이고, 그대의 길을 따라 다시 떠나가는 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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