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바람, 섬 풍경

토굴가

相民 윤봉택 2006. 6. 25.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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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스님 토굴가

 

나옹(懶翁) : (1320 ∼ 1376)


청산림(靑山林) 깊은 골에 일간토굴(一間土窟) 지어놓고

송문(松門)을 반개(半開)하고 석경(石徑)에 배회(俳徊)하니


녹양춘삼월하(錄楊春三月下)에 춘풍이 건듯 불어

정전(庭前)에 백종화(百種花)는 처처에 피였는데

풍경(風景)도 좋거니와 물색(物色)이 더욱 좋다.

 

 

 


그 중에 무슨 일이 세상에 최귀(最貴)한고.

일편무위진 묘향(一片無爲眞妙香)을 옥로중(玉爐中)에 꽃아 두고

적적(寂寂)한 명창하(明窓下)에 묵묵히 홀로 앉아

십년(十年)을 기한정코 일대사(一大事)를 궁구하니

일찍이 모르던 일 금일에야 알았구 나


일단고명심지월(一段孤明心地月)은 만고에 밝았는데

무명장야 업파랑(無明長夜 業波浪)에 길 못 찾아 다녔도다.

 

 

 

영축산 제불회상(諸佛會上) 처처에 모였거든

소림굴 조사가풍(小林窟 祖師家風) 어찌 멀리 찾을소냐.


청산은 묵묵하고 녹수는 잔잔한데

청풍(淸風)이 슬슬(瑟瑟)하니 어떠한 소식인가.

 

일리제평(一理齊平) 나툰 중에 활계(活計)조차 구족(具足)하다.


천봉만학(千峯萬壑) 푸른 송엽(松葉) 일발중(一鉢中)에 담아두고

백공천창(百孔千瘡) 깁은 누비 두 어깨에 걸었으니

 

의식(衣食)에 무심(無心)커든 세욕(世慾)이 있을 소냐.

 

 

 


욕정(欲情)이 담박(淡泊)하니 인아사상(人我四相) 쓸 데 없고

사상산(四相山)이 없는 곳에 법성산(法性山)이 높고 높아

일물(一物)도 없는 중에 법계일상(法界一相) 나투었다.


교교(皎皎)한 야월(夜月)하에 원각산정(圓覺山頂) 선듯 올라

무공저(無孔笛)를 벗겨 불고 몰현금(沒鉉琴)을 높이 타니

무위자성진실락(無爲自性眞實樂)이 이중에 가췄더라.

 

 


석호(石虎)는 무영(舞詠)하고 송풍(松風)은 화답(和答) 할제

무착영(無着嶺) 올라서서 불지촌(佛地村)을 굽어보니

각수(覺樹)에 우담발화(優曇鉢花)만 어지러이 피었더라.


나무 영산회상 불보살(南無靈山會上佛菩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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