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길손(나의 시)

멩게 차

相民 윤봉택 2023. 5. 20. 21:09

2023. 3. 4.

 

멩게 차

 

                                          오승철

 

 

서귀포 가는 길에

쌍계암에 들렀습니다.

 

그냥 빌고 싶어

 

연락 없이 들렀습니다.

 

몇 방울 싸락눈 흘린

 

멍게 차도 받아 듭니다.

 

 

사오월 이 들녘에

멩게 꽃 안 핀다면

 

그 누가 거린사슴에

 

기도 한번 바쳐줄까요

 

빨간 열매에 대고

 

고백 한번 해 줄까요

 

사족; 이 시는 一鄕 오승철 시인께서 2023년 3월 3일 날씨가 싸늘한 초봄 오후인듯 하다.

          쌍계암 뜨락에 차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오승철 선생 부인께서 차에서 내리시는 데,

          선생은 차에 앉아 계셨다.

          밖에 날씨가 너무 추워 내릴 수가 없었고(쌍계암은 해발 610m)

          부인께서만 차에서 내려 안부를 물었다.

          친정동네 중문마을에 왔다가 1100도로를 타고 성안(제주시)으로 가던 길에, 선생께서 쌍계암에 가고 싶다고 하여

          지나던 길에 드르신 거라 하셨다.

          무엇 대접할 게 없어, 내가 늘 우려 먹는,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약초 가운데 가장 가격이 싼 

          멩게낭(멩감나무) 뿌리를 말렸다가 우려 낸, '멩게 차'를 제주 옹기 다기에  두 잔을 따라 

          한 잔은 선생, 또 한 잔은 부인께 드리니, 선생 曰 '세상에 이게 무슨 차이길레 이렇게 맛이 깊냐.'고 하셨다.

          나는 웃으며, 우리나라 산하에서 가장 버림 받는 멩게낭 뿌리를 우려낸 차인데, 나는 물 먹듯이 마신다고 하였더니,

          이렇게 귀하고 맛이 깊은 차를 이렇게 혼자만 마셔도 되느냐면서 크게 웃으셨다.

          그리고 돌아 가셔서 보내주신 귀한 시조 한수가 바로 '멩게 차'였다.

           가장 버림 받는 '멩게 차' 한 잔으로 세상에서 가장 귀한 시 한 수를 얻었으니

           이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 있을까  

 

            멩게낭  /  청미래덩굴

           청미래덩굴을 제주에서는 '멩게낭'

           '벨레기낭'이라고 합니다.

           '낭'은 나무의 제주어입니다.

 

 

 

 

 

'해변의 길손(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계암  (0) 2023.05.20
멩게 꽃 절반만 와도  (0) 2023.05.20
쌍계암 목불의 말씀  (0) 2023.05.20
떡버들  (0) 2023.05.20
상민 윤봉택 시인의 작가의 길  (0) 2022.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