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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서게

2008. 12. 07. 봅서게 개사 윤봉택 / 작곡노래 URO 봅서게 눈 내렴수게 푸른 강정바다처럼 너울너울 하얗게 눈 내리는 거 봅서게 눈이 나려 더 가난한 서귀포 올래 길마다 마음에 등불 타오르면 애달픈 해녀 누님들 이제는 가슴을 열어 물살에 설움 보내고 누님 닮아 더 고운 눈 맞아 봅서게 (1996년) 이 시는 2016. 6월 가수 유로 김철민 님께서 개사하여 곡을 붙이고 노래를 불렀다. ++++++++++++++++++++++++++++++++++++++++++++++++++++ 봅서게 봅서게* 눈 내렴수게 강정바당*처럼 너울 너울 하이얗게 저 고단*에 눈 내리는 거 봅서게 눈이 나려 더 가난한 서귀포칠십리* 마을 올래*마다 마음에 등불 타오르민 시나브로 바닷길을 숨비질*하는 나 칭원한* 좀녜*..

바람 · 6

2008. 12. 10. 바람 · 6 땅이여 너를 팔고 다시 버리고 바람의 씨앗을 심는구나 잡초도 꽃피울 수 없는, 해초인 듯 바람인 듯 뿌리 내린 섬 이 아침상 위에 네 식구 마주 앉아 손자 놈 흘린 밥알 주우시며 먼 길 떠나신 어머니 일어서다 지친 삶의 옹이에서 젖은 가슴 흔드는 제주바람 오늘 다시 불어 연체된 어둠을 날린다. 더 낮은 곳 더 따스한 곳을 위하여 이 겨울 깊은 눈은 나리고 눈이 쌓이지 않아 슬픈 마을에 한 집 건너 한 마을 지나는 각혈 소리 하이얀 눈 뜨면 오늘 아침은 설날인데 유자꽃잎 지듯 지는 듯 파도 타는 슬픔이여 압류된 닻이여 왜 섬을 떠나지 못하느냐 바람이여. (제주문학 제22집, 1992) 시작메모 제1집『농부에게도 그리움이 있다』에 수록된 졸고입니다. 1989년 유기농사에..

첫 눈 오는 날

2008. 12. 23. 첫 눈 오는 날 첫 눈 나리는 날엔 아내 가슴이 따뜻하다 바람으로 머물다 선 이슬처럼 나려 쌓인 첫 눈 밟지 않아도 첫 눈 오는 소리 들리면 정낭* 호나* 내리며 모슬*로 가는 아내의 머언 그림자 (한얼 제13집, 1998) *정낭 : 올내 입구 좌우에 걸쳐놓는 나무이며, 그 나무를 걸쳐놓는 돌을 ‘정주먹’이라 한다. 정낭은 2~4개를 걸쳐놓았다. 본래 우마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하여 세워졌으나, 후에는 우마의 출입이 필요 없어지면서, 정낭을 하나 걸치면 잠시 외출 중, 두 개 걸치면 조금 먼데 가 있으며, 세 개 걸치면 부재중이라는 뜻. *호나 : 하나. *마슬.모실.모슬 : 마을. 시작 메모 두번 째 시집 "이름 없는 풀 꽃이 어디 있으랴"에 게재된 졸고입니다. 1997년 12..

그대 바람으로 불어 오면

2009. 01. 18. 그대 바람으로 불어 오면 그대 그림자로 마파람을 날린다 지나온 거리만큼 다시 즈믄강 건너 가면 그리움의 끝이 보일까 다리 건너 두렁길 눈 나리는 밤 그늘 아래로 하현달이 비추면 그대 가슴 열어 찾아 오리니 고뇌의 멍에라도 좋소 어두운 골목 지나 새벽 이슬 밟고 온 그 영혼의 언덕에 기대어 세상 건너 가리니 그대 바람으로 불어 오면 (제주문학 29호, 1996) 시작메모 이 졸고는 제2시집 『이름 없는 풀 꽃이 어디 있으랴』에 게재된 것으로서 1996년에 빚은 것입니다. 그 해 뭍에 계신 소중한 분께서 몸이 많이 불편 하셨으나, 간병조차 졸바로 해드리지 못하고하여 마음이 참으로 힘들었을 때 그 분께 죄송함을 담아 보내던 졸고입니다. 37736

그리움 나사시냐

2009. 01. 30. 그리움 나사시냐 가슴이 결린다. 마음이 아플 때마다 마디마디 멍울진 손결로 바람에 응얼진 자식의 가슴 마당을 온 밤 쓸어 내시던 어머니 ‘어떵 나삼시냐’ ‘호꼼’ ‘어멍* 손은 약손이 나네 금방 나신다’'나사시냐’ ‘나싱거 닮은 게, 겅헌디 호꼼만 더 쓸어 줍서’* ‘두루* 족족 나 설운 애기야, 살당보민 베라벨 칭원헌게* 다있나마는’ ‘겅해도*'촘으멍 고비 잘 돌영 가곡 허라.* 그러한 날이 무너지고 불혹 넘겨 두 해가 지난 초봄부터 가슴앓이가 도졌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네 해, 내 마음 쓸어안을 정다운 손결 가고 없는데, 사는 날 까지 담고 살아가야 할 응얼진 그리움 얼마나 더 삭혀야 '한바당* 건너 그 섬에 닻 내릴 수 있을지. (제주문협, 한라산의 노래, 1997) *‘어..

끝나지 않은 이야기-9

2013. 11. 23. 끝나지 않은 이야기 · 9 - 풍경 하나 윤 봉 택 아프다. 말을 하고 이야길 열고 소리를 내고 누군가에게 긴 편지를 쓴다. 떠날 수 있는 것 떠나 있을 수 있는 것 하나 없는 데 터널에 갇혀 신음하는 시간들 소녀는 하행선 KTX 열차 창문에 기대어 떨어지는 눈물을 저미고 있다. ※ 지난 9월인가 싶네요. 경부선 하행선 KTX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

이월에 나리는 눈

2014. 02. 10.  (펌) 제주신문   http://www.jeju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153 윤봉택의 '이월에 내리는 눈'                                                           오승철  |  시인시로 여는 제주아침(46)이월에 떠나는 눈새이로 다시 눈은 나리는 데얼마른 올래 지나 먼 길 떠나 온섬 하나.섬 그늘로 눈이 나려세상 더 따사한 눈길하얀 길을 따라이승으로 나들이 온 그대 손잡고바다를 건너면.꿈꾸는 섬 너머 들리는초승달 빛으로돌담 넘어 쌓이는꼬박이 그리움항해일지 우로이월의 눈이 다시 나리고 있어-‘윤봉택의 ’이월에 내리는 눈‘ 모두제주에선 눈이 ‘묻는다’ 하고 육지에선 ‘쌓인다’고 한다..

백두산-1

2015. 7. 25. 백두산·1 윤 봉 택 천지가 열리던 그날에 환인桓因이 천부인天符印을 환웅에게 전하며 삼천을 거느리게 하시고 태백산 신단수에 신시神市를 여시니 풍백 우사 운사가 만물을 키우도다. 그날, 쑥 한 묶음과 마늘 스무 쪽으로 웅녀를 이뤄 단군왕검을 낳으시니 단군의 나라 조선 배달겨레 민족이라. 그 영산 태백에 올라 한민족의 자궁 천지로움으로 백두봉 마다 바위구철초를 열어 관면봉 금매화를 지나면 제운봉 비로용담에 안기는 와호봉의 하늘메발톱을 보라, 녹명봉 나도개미자리 구비 구비 성기는 하늘빛으로 옥주봉 구름범의귀에 달린 백운봉의 묏박새 금병봉 돌꽃에도 그날 사연이 남아 있어 관일봉의 산각시취를 울리는 용문봉의 좀참꽃 천활봉 큰오이풀도 철벽봉 두메양귀비 꽃잎마다 볼을 비비나니 화개봉 씨범꼬리 ..

끝나지 않은 이야기 - 다시 중덕에서

2015. 8. 25. 끝나지 않은 이야기 · 15 - 다시 중덕*에서 윤 봉 택 바다가 있어도 배 한척 맬 수 없고, 바람이 불어와도 돛을 올릴 수 없는 일강정 중덕 물터진개* 멀리서 바라보면 내 어머님 주름결 닮은 머흐러진 삶의 편린 빗나간 운명선이 보이지 않아도 구럼비* 언덕에 삶의 자락을 내려놓으신 내 칭원한 사람들, 이젠, 해풍조차 머물 수 없는 큰구럼비 도꼬마리*는 물알들의 바람이었을까. 이승에 남겨진 게 마지막 혼돌랭이 물매기*라 하여도 우리 잡은 손 놓아 돌아눕지는 말자. 범섬을 바라보면 물마루 마다 다가서는 아픈 기억들, 겹겹이 나려 돌담 닿듯 쌓여 온 이 시대의 서러운 이웃 바다를 바라보면서도 바당이 될 수 없는, 거친 물살 할망물*을 떠 올리며 지전 날리던 그날, 바다로 먼저 간 그 ..

구럼비

2015. 8. 27. 끝나지 않은 이야기 · 16 - 구럼비 도꼬마리* 시방도 구럼비동산*에 가면 나 설운 어멍* 물매기*가는 잔영이 보인다. 서귀포시 강정동 2742번지 개구럼비, 큰구럼비, 조근구럼비 답케*를 가르는 도꼬마리 물코*에 정갱이 걷어 부치고 물코판이*에 서서 논두렁 다지시던 낡은 골갱이* 조록,* 춘삼월 개구리 울음 따라 물매기하며 가름에 앉아 답회를 하던 그날 그대로인데, 2015년 8월 11일* 현장엔 포크레인 한방으로 찍어 날린 흔적 뿐 나 설운 어멍의 손깃 묻은 구럼비 도꼬마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도꼬마리 없는 구럼비는 구럼비가 아니다. 도꼬마리 없는 일강정은 일강정이 아니다. 모른다고만 한다. 보지 못했다고만 한다. 알지 못했다고만 한다. 듣지 못했다고만 한다. 전한바가..